키다알프스의추억

기다알프스의 추억[1] - 가나자와[金澤] 도착

양효성 2010. 8. 18. 18:52

 

 

      기다알프스의 추억[1] - 가나자와[金澤] 도착

 

8월8일의 아침이 밝아왔다. 일본여행이 후쿠자와유키지(福澤兪吉)에서 시작하고 동전으로 끝난다는 말은 돈이 많이 든다는 뜻이다. 후쿠자와유키지는 1만엔 권의 초상이다. 6시 기상인데 5시에 깨었다가 잠시 눈을 붙이고 여권, 비행기표와 지갑을 비롯해서 꾸려둔 배낭을 짊어지고 신발끈을 조였다.

 

이번 여행은 나와 집사람, 李선생과 그 부인인 孫여사 등 4명이 8월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고마쓰[小松]에 내린 뒤에 가나자와[金澤]를 거쳐 북알프스를 넘고 마쯔모또[松本]와 다까야마[高山]를 거쳐 카가[加賀]에 들렀다가 돌아오는 일주일 여정이다.

 

당연히 지갑-돈-바우처[첫날 호텔 예약]-비행기티켓-여권은 필수고 짐은 가벼워야 한다[이동하는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스스로 짐을 옮겨야 하니까]. 배낭에 속옷2, 양말3, 수영복[카가 해변해수욕], 티2, 반바지1, 상의2, 바람복[북알프스의 밤이 추우므로], 신발은 워킹화를 신는 것으로 족하고, 수건2, 손수건, 모자, 선글라스, 돋보기안경, 카메라, 전자사전, 플러그[100v인 일본에서는 배터리 충전이 큰 문제다] 전자사전, 안내서, 지도, 일정표에다가 우산-비옷-세면도구[치약-치솔] 선크림-洗劑와 약[겔포스와 糖尿약이 필요한 나이가 되어...] 커피, 물통, 컵, 물티슈, 휴지 등등인데 생각보다 가벼웠다. 

 

                              

                                         히가사시짜야의 요정 시마에 내리는 비

 

  

동해를 건너- 6시에 전화를 하고 차를 몰았다. 연수동 아파트 앞에서 이선생을 태우고 송도대교를 건너며 한마디 한다. ‘관광 제1번은 송도대교!’. 대교에서 바라보이는 인천은 제법 항구도시의 틀을 갖췄다. 밤새 생각한대로 일행을 내려주고 자동차를 장기주차장에 세운 뒤 대한항공 카운터를 찾았다. 좌석은 왕복 모두 컴퓨터로 예약했다. 집사람은 굳이 보험에 들고 핸드폰을 로밍하자고 우긴다. 마지못해 그렇게 하도록 한 뒤...검열대를 지나고 출국수속은 모두 전자화되어 순식간에 끝난다.

 

비행기는 연료를 주입하고 화물을 싣고 기계의 톱니처럼 물샐틈이 없다. KE775는 정각 9시에 이륙해서 1만미터의 상공을 날아 순식간에 동해의 거진항을 지나고 일본을 바라보며 나른다. 그 사이 샌드위치로 아침을 대신하고 차를 마시고 모두들 한가한데 나는 앞일이 걱정이다. 아니 일행들은 이런 걱정이 나보다 더할지도 모른다.

 

“고마쓰 공항에 내리시면 1시간 간격으로 후꾸이[福井]나 가나자와로 가는 공항버스가 있습니다.” 이렇게 한마디만 해주면 얼마나 안심이 되는 것일까? 또는 표를 살 때 공항안내도를 함께 인쇄해준다면... 그럴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된 것은 인터넷을 뒤지면 그런 자료를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고 그만한 것을 아는 사람이 비행기를 타기 때문일까? 어쨌든 내가 책임을 지기로 했으니 모든 자료는 인쇄해 두었지만 지도와 현지는 다르다는 말이 새삼스럽다.

 

아무튼 비행기는 빠르게 바다를 건너왔다. 출입국신고서를 작성하고 공항에 내리면서 1시간은 관광안내소에 들러 북알프스에 대한 자료를 구하려 했는데 구마모또와 달리 알프스로 가는 길을 물어볼 데스크가 여기에는 없다. 가나자와 역으로 가보라는...

 

오죽하면 이런 문장을 번역기를 빌려서 인쇄해 왔을까?

 

1. 加賀 海邊의 호텔을 豫約하고 싶습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海水浴을 하고 싶습니다.

2. 岐阜縣 高山에서 加賀 또는 小松空港으로 往復하는 버스가 있습니까?

3. 택시로 金澤의 兼六園까지는 얼마입니까?

4. 金澤에서 富山-立山으로 가는 汽車時間表를 求할 수 있을까요? 저는 10日[火]에 室堂에서 宿泊하고 12日[水] 松本으로 가고 싶습니다.

5. 北알프스 室堂의 호텔을 豫約할 수 있을까요?

6. 金澤에서 2日間 觀光하는데 案內冊子가 必要합니다.

7. 이 티켓은 2일간 有效(유효)합니까? 室堂에서 하루 宿泊(숙박)하려고 해요.

 

1. 加賀 海辺のホテルを 予約とたいです. 海を眺めて 海水浴をしたいです.

2. 岐阜県 高山で 加賀 または 小松空港で 往復するバスがありますか?

3. タクシーで 金沢の 兼六園まではいくらですか?

4. 金沢で 富山-立山に行く 汽車時間表を 求できましょうか? 私は 10日[火]に 室堂で 宿泊と 12日[水] 松本に行きたいです.

5. 北アルプス 室堂のホテルを 予約できましょうか?

6. 金沢で 2日間 観光するのに 案内冊子が 必要します.

7. .....................

 

스마일호텔 : 아무튼 버스 정류장에 역으로 가는 공항버스가 보인다. 손짓발짓으로 표를 사는데 자동발매기에서 사면 1100円인데 직접 사면 4명이니까 4천円에 해준다고 한다. 입국수속을 맨 먼저 하고 짐은 모두 짊어진 탓에 11시 40분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역에 들러 보아도 북알프스는 그곳에 가서 알아보라고 하니 별 수가 없다. 도야마로 가는 기차가 매시간 있다는 것만 알아두고 택시를 탔다. 4명이면 교통비가 절약된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12000円이라지만 짧은 거리는 택시가 훨씬 편리하다.

 

대한항공 호텔에약사이트에서 방 2개를 朝食포함 275,000원에 예약했는데 의외로 침대와 화장대 사이를 비비고 다닐 만큼 좁다. 일요일 오후라 그런지 너무 더워서 그런지 번화가라는 코린보[香林坊]에는 인적도 드물고 점심을 먹을 식당도 마땅치 않다. 호텔에서는 번호를 붙인 식당지도를 주는데 이것도 아리송하다. 마침 친절한 일본 사람이 식당가를 알려준다.

카가[加河-온천으로 유명한 由緖깊은 고장으로 고마쓰 공항 인근에 있다] 요리를 전문으로 한다는 ‘키타마’에는 料亭이라는 간판이 덧붙여 있다. 문을 밀자 ‘무슨 큰일 났습니까? 관계자가 부재중이오니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뭐-대강 이런 글귀가 있다. 초인종을 누르니 종종걸음으로 기모노를 입은 노파가 허리를 굽힌다. 입구에서 그림으로 메뉴를 대강 정했는데 이 친절한 인사 때문에 기껏 외운 식단을 잊어버렸다. 메뉴판은 漢字와 붓글씨로 멋지게 흘려 쓴 히라가나 - 鰻이라는 글자와 ‘우나기’는 읽을 수 있다. 문제는 四人四色 입맛을 어떻게 맞추느냐는 것인데, 육식-채식과 생선-잡식소식-잡식대식의 네 명에 이선생의 생일이 겹쳤다. 케익에 촛불을 켜는 그런 짓(?)은 안 하기로 합의는 했었지만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아무튼 이름이 다른 定食 두 가지와 우나기를 둘 시키고 나마비루[생맥주]를 먼저 마셨다. 定式은 부산에서 본 朝鮮通信使의 도시락을 떠올리게 했다. 맛이 깔끔했다. 간이 무대가 설치된 다다미방에는 구식 TV에서 고시엔[甲子園]고교야구를 중계하고 있고 일가족이 늦은 점심을 즐기고 있었다. 추석[일본은 양력으로 815가 秋夕으로 우리 光復節 반대로 國恥日과 겹친다.]이 가까워 오려나?

 

이시까와[石川]현박물관 : 자유여행의 좋은 점은 그 지방의 박물관을 구경하는 것이 하나다. 일본은 인구 1억3천 정도인데 50개에 가까운 縣으로 나뉘어 있다. 인구13억의 중국이 30여 省으로 나뉜 것에 비하면 오히려 인구4억인 미국의 50여개 州와 비슷하다. 국토가 길어서 그런 것일까? 우리 동쪽에는 세계1-2위의 경제대국이 태평양을 마주보고 대치하고 있고 등 뒤에는 그를 추월하려는 중국이 있으니[돌아오는 날 2위를 추월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기준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잘게 나뉜 이 縣들의 박물관이 모두 아기자기하니 여기서 그 마을을 시작하는 것이 走馬看山일지라도 큰 도움이 된다. 내일은 월요일이니 오늘 1시간이라도 둘러보려고 호텔을 나섰다. 카운터에서는 15분 걸으면 된다고 지도에 동그라미를 해주는데 노인네 걸음과 젊은이가 어디 같은가? 21세기 미술관을 지나 겐로꾸엔의 담을 끼고 오르니 벌써 5시에 가깝다. 표를 팔 까닭이 없는데 월요일이 왜 휴관일이냐고 고개를 갸웃한다. 휴관은 전시교체일과 12월29일부터 1월3일까지 뿐이라고...그래!? 그러면 내일 다시 와야지-

 

태평양을 건너는 비 : 거목아래서 땀을 들이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40도를 찍은 햇살에 우산은 모두 놓고 온지라 소나기에 방법이 없다. 박물관 공원에 마트가 있을 리도 없고...그래도 항상 임시방편은 하기 마련이다. 택시를 타고 히가시짜야[東茶屋]로 가기로 한다. 그 좁은 골목을 잘도 비집고 택시기사는 이 골목의 중심에 우리를 내려준다.

 

비를 피할 겸 처음 들른 곳이 志摩[입장료 400円] - 우리 식으로는 遊廓인데 성인들의 유흥가였다. 다다미 대청에 올라서면 차를 마시는 대기실이 있고 당연히 주판을 올려놓은 계산대와 큰 방과 계단을 올라 가야금을 타는 무대[다다미보다 한 단 높은]뒤에 그림이 걸려 있고 난간에서 정원을 내려다보고 또 구석방도 있다. 여기 저기서 기녀들의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릴 듯 그들이 쓰던 거울과 빗과 곰방대 그리고 그릇들이 정갈하게 전시되어 있다. 雙六板도 있는데 急就章을 번역하면서 六博놀이를 본지라 ‘六’이 걸리는 것은 일본문화의 본류가 중국에서 전래되어 원형으로 보존되어 있다는 강한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春秋와 秦漢을 거친 문화가 唐에 이어지고 삼국을 거쳐 일본에 온존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장신구와 가구와 악기 등등 그런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본다.

2층의 난간에는 굵은 빗줄기가 들이치고 급한 기와의 경사를 따라 빗물은 작은 폭포를 이루며 정원에 쏟아진다. 물은 순식간에 빠져나가지만 이끼는 빗물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1820년에 세워졌다는 이 집을 거쳐 간 여인들의 눈물이 섞인 것일까? 돌아 내려오는 1층의 뒤에 우물이 딸린 부엌이 기억에 남는다. 부엌은 정원과 이어져 있다. 일본사람들의 성격은 이런 기후에 연유한 것일까? 비는 잠시 뜸하다가 이내 다시 쏟아진다. 그리고 개이면 정말 파란 하늘이 유리알처럼 하늘을 덮는다.

 

金箔은 가나자와 또 하나의 명물이다. 금박의 제작과정과 함께 온갖 장식물을 전시하고 있는 ‘箔左’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99%의 금박을 입힌 황금의 집이다. 빗물에 씻기고 방금 개인 하늘아래 눈부시게 빛나는 황금의 벽은 사람을 황홀하게 만든다. 이 집의 기술로 수많은 일본 국보가 재생된다고 한다. 한 프랑스 청년은 카메라를 들고 그 벽에 석고처럼 굳어 있고 리용에 산다는 女親은 내게 이창동과 김기덕의 영화 이야기에 여념이 없다. '오아시스'등을 예로 들며 그 감독들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이야기 한다. 태평양을 건너 온 비를 맞으며 일본 땅에서 프랑스여인의 한국영화 이야기는 내게 색달랐다. 그 금박의 壁이 반사하는 빛만큼이나...

 

길 건너에는 1776년에 창업한 五彩[무늬]의 和服의 옷감인 加賀友襌 염직물전시관이 눈에 띈다. 한 필쯤 되어 보이는 옷감에 한화 600만원 쯤 되는 가격표가 붙어 있다.

내리던 비가 멈추는 사이 무지개가 드러나고 다시 비가 내릴 것 같지는 않다. 하늘은 분홍으로 물들고 강가[淺野川]에는 불어난 물에 떠밀리는 오리가 둑으로 기어오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겨우 강둑에 발을 붙이자 날개를 한껏 펴서 기어오른다. 부채질하듯 죽지를 털며 목을 길게 빼고는 두리번 거리며 친구를 찾는다.  ‘中の橋’는 나무를 엮은 구식 다리인데 강바람이 시원하고 여기저기 사진을 찍는 나그네들로 붐빈다. 노을은 북구의 오로라를 연상시키고 강가의 여관에서는 고기 굽는 냄새가 은은하다. 뒤늦은 산책객은 강아지가 뒤를 보는 동안 꽃삽을 받치고 있다가 비닐장갑을 끼고 봉지에 쓸어 담는다.

 

 

 

 

 

가나자와 역에는 도시락이 즐비한데...

 

요정 kitama의 여주인

 

여기 벨을 눌러 주세요!!

 

유곽 志摩에 걸린 현액 '[신욕녕] 바라노니 一身의 평안을...'

 

요정의 뜰에는 비가 내리고...

 

 

태평양을 거쳐 북알프스를 넘어온 무거운 구름은 짐을 내려놓듯 비되어 쏟아붇고...

 

우물이 보이는  요정의 주방

 

정갈함은 일본의 멋...

 

이 쌍륙판은 내게 숙제거리인데...급취장의 六博과 무엇이 닮았을까?

 

정원이 바라보이는...

 

지마는 평성15년에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었다

 

황금의 벽에 어리는 단풍은 살아 가을을 기다리고...아직 비는 그치지 않아...

 

비에 젖는 관광객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줄을 타고 오르는 나팔꽃도 함초롬이 입을 다물었다.

 

기모노를 입은 여인이 추석을 느끼게 하는 저녁...

 

분홍의 노을과 강변과...

 

福家의 깔끔한 후식

 

초록색 점들은 비어있는 주차장들...

 

 

 

저녁은 다리[小橋]를 건너자 이내 보이는 ‘福ゎ家’의 문을 밀었다. 四人四色의 입맛에 더해 李선생은 애주가다. 술맛 또한 각양각색인데 ‘이번 여행에서 니혼슈를 골고루 맛보고 싶다’고 한다. 원! 예산이 얼마인줄 알기나 하는지?! 니혼슈[日本酒]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그냥 일본 술이라고 한다. 좀 더 자세히 말하라고 하니까 穀酒를 말하는 것 같았다. 메뉴에 地酒라는 것이 있는데 토속주인 듯하다. 우리 술에 家釀酒라는 말이 있는데 이제 술을 담는다고 支署에 붙들려가는 일은 없어졌으니 ‘民家酒’라는 개념으로 이런 종류에 그 이름을 다시 썼으면 좋겠다.

 

아무튼 이 동네 술인 黑帶 ‘悠悠’라고 쓰인 곳에 손가락을 대었다. 여주인은 차게? 덥게?라고 물은 뒤 잔을 쟁반에 받쳐 들고 고르라고 한다. 우선 한 잔 하고- 정원 바라보고- 냄비에 육수를 붓고 돼지고기, 유부, 생선 등등 각각 입맛대로 끓인 뒤 국수와 더불어 저녁을 먹었다. 네 명에 냄비가 네 개인 것은 이 사람들이 절대 남의 그릇에 젓가락을 대지 않기 때문에...

 

저녁을 마치고 먹과 붓이 준비된 입구에서 돈을 치르고 방명록에 사인을 했다. 여주인은 두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고 두 번씩 절을 했다.

http://www.kobashiotafuku.co.jp/ 가 이 집의 현대판 주소다.

이것으로 생일 파티가 너무 간소했나? 산보하기에 좋은 바람이 불고 가로등만 켜진 거리를 한참 걸어 尾山神社의 계단에서 羅生門을 생각하며 잠시 쉬었다. 거리에는 빈 주차장을 알리는 안내등이 밝고 그렇게 첫날밤을 지냈다. <*>

 

                                               

                                                                                                                                   KE775 고마쓰로 가는 비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