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금산장에서...
雪嶽禪師의 話頭는 솔
솔솔 동해 바람의 소금을 핥으며
瘠薄한 腦髓에
솔씨를 뿌려
구름이 흐르고 달이 흐르고 바람이 흐르고
새소리가 흘러
흘러 흘러
달도 해도 바람도 구름도 모두 산너머로 보내고
봄 여름 가을 겨울도 산너머로 보내고
오직 이 메마른 바위에 뿌리를 내려
사시사철 오직
천년의 나이테를 세며
하늘을 본다.
한 겨울
비로소 바위가 흰옷 입고
하늘에 제 지낼 때
너는
푸른 옷을 입고
鶴처럼 神이 내릴
그 양팔을
天空에 들어 올리는 고녀!
산은 얼마나 많은 나무에게 자리를 내준 것일까?
산은 얼마나 많은 눈을 품어주는가?
산은 얼마나 많은 새를 기르는 것일까?
독경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신흥사는 눈속에 깨어 있었다.
좀 더 멀리 울산바위는 구름과 더불어 동해에 핀 연꽃같았는데 오늘은 탁발승의 머리를 닮았다.
* 2010.2.24일 솔비치에서 해를 보고 권금산장에 올랐다. 눈이 쌓여 있어 좋았다. 날씨는 웬 봄인가? 雪盡南溪漲...눈녹아 남녘 시냇물 불어날 그 눈이 산봉오리에서 부터 졸졸 흐르고 있었다. 얼음꽃이 피었던 자리엔 뽀얀 솜털을 털고 연두색 싹이 잎을 틔우고 있었다. 겨울속의 봄맞이! 迎春!이라는 말이 아지랑이처럼 살아서 손짓하고 있었다. 셔터를 누르면서 설악의 신령이 꾸짖을까봐 두려웠다. 봄신령이 화를 내실까봐 무서웠다.
1시간을 다시 달린 화진포는 안개가 좋았고 바다의 물빛이 좋았다. 거진항 부두에는 막 돌아온 어선이 대구와 가재미를 풀어놓고 있었다. 그 수협 식당에서 조미료도 없고 맵지도 않은 대구탕을 먹었다. 동해안에 다니면서 제일 맛있게 먹은 대구탕이었다. 배부른 갈매기는 돛대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더 이상 날지 않았다. 바다에 떠있는 갈매기들이 꼭 오리농장에 봄나들이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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