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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의 추억

양효성 2010. 3. 1. 16:16

앙코르의 추억

 

 

어제는 己丑年 대보름인데 비가 내렸다. 2007년 1월 에는 앙코르에 다녀왔다. 작년 2천년전 漢나라의 화상석을 전시하면서 앙코르가 새롭게 다가왔다. 이 신전은 자재가 모두 돌이요 그림으로 새긴 신화와 역사의 재료가 또 모두 돌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벽돌을 사용한 것이 萬里長城이라면 가장 많은 돌로 이룩된 문화재는 앙코르일 것이다. 그 종교적 배경은 힌두요, 멀리 그리스에 연원을 두고 로마를 통해 동방으로 이동한 조각과 건축의 기법을 이용한 것이겠지만 漢나라 이후 시들해진 화상석의 석공들이 이곳으로 내려온 것이 아닌지 의심 되었다. 이 시대는 한국에서 無量壽殿이 지어진 高麗요 중국은 카이펑[開封]에 수도를 둔 宋나라의 무역이 번창했다. 당연히 이 城안에는 집권자와 승려와 학교와 병원과 시장과 주택이 있었다.

 

 

                        그림 반떼이 삼레의 사자상. 그 뒷 모습은 풍만한 여인을 닮았다. 머리의 스타일까지...

                                    월정사의 탑전에 공양하는 보살과 흡사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진정 앙코르가 새삼스러워진 것은 혈육보다 더한 형이 프놈펜으로 떠난 때문이었다. 감기를 옮길까봐 공항에 나가지 못했다. 형의 목소리는 070으로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목소리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있다. 지금쯤 이 목사 일가가 且信이를 데리고 합류했을지 모른다. 형은 섭씨30도의 남국에서 야자수 잎을 스쳐가는 보름달을 보았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 나라 어린이들의 꿈을 함께 빌었을 것이다.

 

 

 

                 짐 진 者 모두 내게 오라.

이마엔 正午의 太陽

발꿈치엔 내 人生의 짧은 그림자

갈 길은 멀고나!

 

힘들고 지친 者 모두 내게 오라

갈 길은 멀고나!

손을 뻗어 주려므나.

太初의 그날처럼

 

힘들고 지친 者여 함께 가자

해먹에 뒤채는 젖먹이 동생

선잠에 뒤채는 椰子樹 그늘까지

함께 가자 그림자여

달이 뜨기 전에

 

갈 길은 멀고나!

太陽을 머리에 이고...

 

 

잠 못 이루는 밤 뒤채듯 이 사진 저 사진을 뒤적였다. 자전거-길가의 행렬-공을 차는 어린이-분필이 없는 칠판-시장과 바나나-의외로 그런 사진이 많았다. 두 마리의 소가 끄는 수레에는 젊은 농부가 타고 있었다. 마을 소년은 한 발을 수레에 얹고 소가 가자는 대로 따라가고 있었다. 소는 이 짐덩어리가 싫지 않은 눈치였다.

 

 

 

 

반떼이 삼레인지 사원의 石門에 핀 연꽃을 보았다. 길가의 개울에서도 보았는데 사람을 잘 만나면 돌에도 꽃이 핀다는 것을 알았다. 한국에도 옛날에는 추녀에도 등잔에도 연꽃이 피었었다. 부처의 대좌에도 또 초파일에는 스스로 빛이 되어 밤을 밝히기도 했다. 앙코르이 연못에도 또 길가의 개울에도 연꽃은 피어 있었다. 구마모또 박물관의 미노구찌 노리꼬孃은 高句麗의 瓦當을 전공한다고 했다. 기회가 되면 한국의 瓦當寫眞集을 보내주고 싶다. 오늘은 己丑年 正月旣望이다. 赤壁賦가 생각나는 밤이다. 兄이 玉體保重하기를 주예수의 이름으로[형수는 꼭 이 구절을 잊지 않도록 거듭 당부하곤 했었다]祈禱하면서...

 

 

 

 

 

 

 

2010.三一節 - 春正月旣望 주막의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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