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村의 詩 0019> 농가월령가 2월령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이월령(二月令)
이월은 중춘(仲春)이라 경칩(驚蟄) 춘분(春分) 절기로다
초뉵일 좀생이﹡는 풍흉(豊兇)을 안다하되
스므날 음청(陰晴)﹡으로 대강을 짐작하리
반갑다 봄바람이 의구히 문을 여니
말낫던 풀 뿌리는 속잎이 맹동(萌動)한다
개고리 우는 곳에 논물이 흐르도다
멧 비둘기 소리나니 버들빛 새로와라
보장기﹡ 차려놓고 춘경(春耕)을 하오리라
살진밧 갈희어서 춘모(春麰)﹡를 만니 갈고
면화 밧츨 뒤여두고 제 때를 잇지마소
담배모와 잇 시므기﹡ 일흘수록 조흔니라
원림(園林)을 쟝점(粧點)하니 생니(生利)를 겸하도다
일분(一分)은 과목(果木)이요 이분(二分)은 뽕나무라
뿌리를 상치마소 비오는 날 시무리라
솔가지 찍어다가 울타리 새로 하고
색단(墻垣)도 슈축하고 개천도 쳐 올니소
안팟긔 싸인 검블 정쇄히 쓸어내여
불놓아 재 만들면 거름을 보태리라
육축(六畜)은 못다하나 우마계견(牛馬鷄犬) 기르리라
씨암탉 두세마리 알을 안겨 깨어보자
산채(山菜)는 일너시니 들나물 캐어 먹세
고들빡기 씀박니며 소루쟝니 물쓕이라
달내 김치 냉니국은 비위를 깨치나니
본초을 상고하야 약재을 캐오리라
창백출 당귀천궁 시호방풍 산약택사
낫낫치 기록하여 때밋쳐 캐어두소
촌가에 긔구업셔 값진 약 쓰을소냐.
<朝鮮時調集 1946년 正音社 참조>
코로나가 도시의 봄풍경을 바꿔 놓았다... 개막을 앞둔 가설무대를처럼 거리는 텅 비어 있다.
그래도 산촌에는 봄이 온다. 2020 봄처럼 이 시절노래가 절실한 것도 낯설다.
경칩은 3월5일 목요일이고 보름 뒤 춘분은 3월20일 금요일이다. 이 춘분은 우리집의 터파기를 한 날이요 처서(處暑)는 입주일이어서 이 집에게는 생일이나 다름 없는 날이요 내게는 문자그대로 여생(餘生)의 보금자리이니 어머니의 품같은 따뜻한 날이다.
‘좀생이보기’라는 초육일은 올해는 2월달에 하루가 더 있었으니 2월29일 토요일이었는데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있어 정신없이 지나갔다. 좀생이는 플레이아데스 성단에 해당하는 중국의 28수 중 하나로 ‘묘성(昴星)’을 통속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좀생이는 여러 개의 작은 별이 모여서 성군(星群)을 이루게 되는 바, 이것을 보아 점을 치는데 좀생이와 달이 나란히 운행하거나 또는 조금 앞서 있으면 길조이어서 풍년이 들고 운수가 좋으며, 그와 반대로 달과 좀생이가 멀리 떨어져 있으면 흉조이어서 농사는 흉작이 되고 운수가 나쁘며 재앙이 자주 있어 불행하다는데 처음 듣는 말인데 『洌陽歲時記』에도 2월 6일조에 “징험해보니 제법 맞는다.”고 두둔하고 있으니, 내년에는 천문의 고수에게 물어서 한 번 우럴어 보려고 한다.
‘스므날 음청’은 이월 초하룻날 하늘에서 내려와 스무날쯤 올라가는 영등신(風神)의 거동 기간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들고, 바람이 불면 흉년이 든다고 믿었다는데 올해는 비가 많이 왔으니 풍년이 들라나?!
집안엔 자그만 웅덩이가 있는데 얼마 전 외손주가 올챙이를 보고 갔으니 올해는 개구리가 뛰어다닐라나? 이 녀석은 어렸을적 이 시골에 얼마간 자랐는데 참새소리를 듣고 깨어나고 팔뚝위에 달팽이를 얹고 다니기도 했다. 멧비들기의 은빛 날개를 왜 ‘비들기색’이라고 하는지 새삼스러운 것도 이즈음이다. 그러고 보니 봄보리밭을 잊고 살아온 세월이 너무 길었다...
‘잇’은 잇꽃(safflower), 홍람(紅藍), 잇나물이라고도 하고 붉은 물간이 된다고 한다. 7-8월에 꽃을 피우는데 골절에 특효약이라하니 당장 그 씨앗을 구해 볶아 생강차에 다려 먹어야 할 일이 생겼다...노모가 생전에 한두번 뿌렸던 꽃씨인데, 6-7월에 파종해도 꽃을 볼 수 있다하니 올 해는 꼭 심어야겠다.
솔가지 꺾어다가 울타리를 하는 풍경은 정겹다. 여기 몇 해 살다보니 바로 울안의 콩밭에서 푸드득 장끼가 날고 겨울이면 마늘밭을 고라니가 누비고 다닌다. 고추밭에서 어린잎을 뜯기도 하고 무배추는 주식이고 옥수수는 아예 짓이겨 놓았다. 예년엔 드문 일이였다. 이 애는 높이뛰기 선수이니 고라니망을 한 층 높여야겠다.
뭐니뭐니해도 요즘 아이들의 자연과의 장벽이 문제다. 몇해전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예비대학생들에게 오곡육축을 쓰라고 했더니 한 학생도 정답이 없었다. 그 자료를 지금도 갖고 있다... 좋아하는 음식은 모두 가공식품...햄버거- 피자- 아이스크림- 콜라- 사이다- 오뎅- 핫도그에 건너 뛰어 떡볶이- 등등이었다. 달걀이 값비싼 도시락반찬이었던 때가 그립다.
제일 눈에 뜨이는 것이 들나물... 산나물이 더디다고 詩人은 읊고 있다. 왜 전주와 진주 비빔밥이 유명한고 하니... 들에서 지리산을 따라 올라가며 봄에서 여름까지 여린 순을 무쳐서 그렇다나?! 마치 불루마운틴이나 고랭지채소처럼... 그건 그렇고 이 나물이야말로 산골에 사는 재미라 할 수 있다. 고들바기/ 씀바귀/ 소로장이/ 물쑥/ 달내/ 냉이...
飯疏食飮水 曲肱而枕之(반소사음수 곡굉이침지)의 眞味가 여기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기원전 한나라때의 말배우는 책- 急就章에도 나오는 약초이름들이 여기 줄줄이 나오는 것이 신기하다.하기야 이 책이 전해져서 1871종의 약재를 실었다는 명나라 이시진의 본초강목이 중국책이고 보니.....창출(蒼朮)/ 백출(白朮)/ 당귀(當歸)/ 천궁(川芎)/ 柴胡(시호) / 방풍(防風)/ 산약(山藥) / 택사(澤瀉)
당귀는 몇 뿌리 심어두었으니 올 봄이 더욱 기다려진다..<*>
* 보장기 : 보습과 쟁기
- 보습 : 쟁기 끝에 다는 쇠조각. 땅을 갈아 일으키는데 쓰이는 쟁기 날.
- 쟁기 : 말이나 소에 끌려 논이나 밭을 가는 삼각형 모양의 농기구.
* 춘모(春麰) : 맥(麥 보리)은 오곡의 시초이다. 《이아(爾雅)》에 이르기를, “떨어진 양식을 이어 주는 곡식이다.” 하였다.
소맥(小麥 참밀)은 가을에 심겨져 겨울에 자라고 봄에 이삭이 패고 여름에 열매가 여무니, 사시의 기운을 다 갖춘 것이다. 옛 노래에서 읊기를, “높은 밭에 참밀을 심었더니 오래도록 이삭이 패지를 않는구나.[高田種小麥 終久不成穗]” 하였다. 대맥(大麥 보리)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옛날의 시에서 말한, “푸르고 푸른 보리가 저 언덕에 났도다.[靑靑之麥 生彼陵陂]”라는 것이다.
모(麰 갈보리)는 내모(來麰)ㆍ춘모(春麰)이다.
* 잇꽃 : 홍화라고도 하며, 열매는 기름을 짜고 꽃은 붉은 물감 또는 약재로 쓰임.
* 六畜 : 소 말 돼지 양 닭 개 / 오곡(五穀) : 쌀, 보리, 콩, 조, 기장의 다섯 가지 곡식
* 고들빼기 : 씀바귀와 비슷한 풀로 산이나 들에서 나는데 씀바귀보다 잎이 좀 넓고 어린순을 먹는다.
* 씀바귀 : 국화과의 다년초로 산이나 들에 나는데 초여름에 노란 꽃이 핌. 뿌리는 맛이 쓰나 봄에 나물로 먹는다.
* 소루쟁이 : 물기가 있는 땅에 흔하게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종기와 부스럼에 좋다고 한다.
오늘은 3월12일 음력 2월18일 ...어제는양력으로 흙의 날이었다고 한다...
나는 왕성한 번식력으로 온 밭을 멍쳐놓는 이 잡초의 이름을 모른다.
그러나 이미 꽃을 피우고 벌을 끌어들인 그 생명력에 경의를 표한다. 바람이 아직은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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