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村의 詩 0018> 寧邊에 藥山 진달래꽃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히 보내 드리 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崇文社 檀紀4284年11月21日 發行 188-9쪽>
불타는 사랑 : 이 詩를 모르는 大韓民國 사람은 없을 것이다...아마 모든 교과서에 실렸을테니까 교육을 통해서 안다는 그런 지식이 아니라 이 詩를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면 ... 즉 모두의 가슴 속에 품고 있다면 우리는 망서릴 것 없이 素月 金廷湜을 國民詩人이라고 불러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詩를 ‘恨’이라는 한마디로 기억하면서 ‘이별(離別)의 정한(情恨)’ 이런 말을 덧붙여 슬픈 한민족(韓民族)의 정서로 치부하곤 한다. 혹 恨民族의 솟구치는 熱情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중요한 것은 이 詩의 주인공들이 헤어지지 않은 현재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별을 두려워한다는 말은 맞는 말이겠지만 모든 화법은 가정법일 뿐이다. 오히려 이별을 두려워할 만큼 더 열정적으로 조바심을 내며 현재를 사랑하고 있다는 현실- 지금(只今)- 시방(時方) 바로 이 순간이 귀중한 것이고, 이 순간을 놓치지 않겠다는 절박함이 오히려 이 詩를 國民詩로 만든 원동력이 아닐까?!
寧邊에 藥山 : 이 情人들의 사랑이 압축된...이른바 상징의 구절이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이 아홉 글자이다. 7-5조 네 토막의 음수율을 잘 지키고 있는 이 시에서 유독 이 부분만 5-4의 파격이 드러나고 또 그만큼 도드라지게 끊어져 강조되고 있음을 누구나 느낄 수 있다. 갑자기 절벽이나 폭포와 마주치는 그런 느낌?! 음악의 스타카토(Staccato)기법의 强調같은?!
시인은 두 사람 그리고 두 사람의 사랑을 하나로 묶어 ‘진달래꽃’이렇게 압축하고 있다.
진달래 꽃은 말할 것도 없이 붉은 색이다... 분홍?- 밝은 자주?- 짙은 분홍?- 빨강?-석양의 진분홍? ..그냥 한 마디로 ‘진달래꽃 색깔’이라고 하자... 문제는 ‘寧邊에 藥山’인데 그냥 山이 아니고 藥山이다. 약초의 산이다...藥은 즐거운 풀(艸+樂)이다... 신비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는가?!
邊... 육지의 가장자리 ‘변’은 당연히 바다와 만나는 곳 그리고 그 바다는 배가 드나드는 그리움의 지점이다. 寧은 - 安寧... Fare Well도 되고 Well Comeeh 되는 나룻터라고 한다면... 푸른 바다와 맞닿은 약산에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붉은 진달래꽃... 이만하면 색상의 대비가 좀 선명해지지 않을까?!
약산의 꽃밭에서 나눈 붉은 사랑... 그 사랑을 가시는 길에 뿌려 놓겠다는 話者...
“당신이라면? 그 꽃을 밟고 가실 수 있겠어요?!”
진달래꽃이 상징하는 그날의 그 사랑 그 무게를 가늠해보면 답이 나오리라 생각된다...
코로나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곧 진달래꽃이 필 것이다..
이 詩를 놓고 나같은 농사군이 한마디 더한다면 그야말로 국민시인에 대한 결례이자 ‘진달래꽃’의 毁損이요 侮辱일 것이다...
김소월은
1902 평북 정주 출생
1915 서울 오산학교 입학. 스승 김억의 영향으로 詩를 쓰기 시작
1920 [낭인의 봄] 등을「創造」에 발표하며 등단
1922 배재고보 입학
1923 일본 동경상대 진학에 이어 동경대지진으로 귀국
1924 金東仁 金瓚永 林長和 등과 「靈臺」 동인으로 활동
1925 시집 『진달래꽃』(매문사) 간행
1934 사망
소월은 갓 서른에 自殺한 悲運의 詩人이었다. 1944년에 타계한 윤동주나 이육사에 앞서 일제의 소용돌이에서 生과死를 마주했다고 볼 수 있다. 산속에 살면서 素月의 이런 詩 한 首가 머리에 남는다. ‘산경(山耕)’이라는 말은 그냥 ‘화전민(火田民)’을 뜻하는 것 아니겠는가?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나는 꿈꾸었노라, 동무들과 내가 가지런히,
벌가의 하루 일을 다 마치고
석양에 마을로 들어오는 꿈을,
즐거이, 꿈 가운데.
그러나 집 잃은 내 몸이여,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이처럼 떠돌으랴, 아침에 저물손에
새라 새로운 탄식을 얻으면서.
동이랴, 남북이랴,
내 몸은 떠나가니. 볼지어다,
희망의 반짝임은, 별빛의 아득임은,
물결뿐 떠올라라, 가슴에 팔다리에.
그러나 어쩌면 황송한 이 심정을!날로 나날이 내 앞에는
자칫 가늘은 길이 이어가라. 나는 나아가리라.
한 걸음, 또 한 걸음. 보이는 산비탈엔
온 새벽 동무들 저 저 혼자…… 산경(山耕)을 김매이는.
<崇文社 檀紀4284年11月21日 發行 146-7쪽>
1951년 內戰 중에 서울고등하교 인근 숭문사에서 발행한 진달래꽃은 많이 낡앗다.
우리에게 보습 댈 땅이 있었다면...
소월이 음독할 1934년 당시 1919년도 지나고 만주사변을 겪으며 세상은 점점 어두워갔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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