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음

<山村의 詩 0018> 寧邊에 藥山 진달래꽃

양효성 2020. 3. 9. 12:59

 

<山村0018> 寧邊藥山 진달래꽃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히 보내 드리 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崇文社 檀紀42841121日 發行 188-9>

 

불타는 사랑 : 를 모르는 大韓民國 사람은 없을 것이다...아마 모든 교과서에 실렸을테니까 교육을 통해서 안다는 그런 지식이 아니라 이 를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면 ... 즉 모두의 가슴 속에 품고 있다면 우리는 망서릴 것 없이 素月 金廷湜國民詩人이라고 불러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이라는 한마디로 기억하면서 이별(離別)의 정한(情恨)’ 이런 말을 덧붙여 슬픈 한민족(韓民族)의 정서로 치부하곤 한다. 恨民族의 솟구치는 熱情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중요한 것은 이 의 주인공들이 헤어지지 않은 현재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별을 두려워한다는 말은 맞는 말이겠지만 모든 화법은 가정법일 뿐이다. 오히려 이별을 두려워할 만큼 더 열정적으로 조바심을 내며 현재를 사랑하고 있다는 현실- 지금(只今)- 시방(時方) 바로 이 순간이 귀중한 것이고, 이 순간을 놓치지 않겠다는 절박함이 오히려 이 國民詩로 만든 원동력이 아닐까?!

 

寧邊藥山 : 情人들의 사랑이 압축된...이른바 상징의 구절이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이 아홉 글자이다. 7-5조 네 토막의 음수율을 잘 지키고 있는 이 시에서 유독 이 부분만 5-4의 파격이 드러나고 또 그만큼 도드라지게 끊어져 강조되고 있음을 누구나 느낄 수 있다. 갑자기 절벽이나 폭포와 마주치는 그런 느낌?! 음악의 스타카토(Staccato)기법의 强調같은?!

시인은 두 사람 그리고 두 사람의 사랑을 하나로 묶어 진달래꽃이렇게 압축하고 있다.

 

진달래 꽃은 말할 것도 없이 붉은 색이다... 분홍?- 밝은 자주?- 짙은 분홍?- 빨강?-석양의 진분홍? ..그냥 한 마디로 진달래꽃 색깔이라고 하자... 문제는 寧邊藥山인데 그냥 이 아니고 藥山이다. 약초의 산이다...은 즐거운 풀(+)이다... 신비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는가?!

... 육지의 가장자리 은 당연히 바다와 만나는 곳 그리고 그 바다는 배가 드나드는 그리움의 지점이다. - 安寧... Fare Well도 되고 Well Comeeh 되는 나룻터라고 한다면... 푸른 바다와 맞닿은 약산에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붉은 진달래꽃... 이만하면 색상의 대비가 좀 선명해지지 않을까?!

 

약산의 꽃밭에서 나눈 붉은 사랑... 그 사랑을 가시는 길에 뿌려 놓겠다는 話者...

당신이라면? 그 꽃을 밟고 가실 수 있겠어요?!”

진달래꽃이 상징하는 그날의 그 사랑 그 무게를 가늠해보면 답이 나오리라 생각된다...

 

코로나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곧 진달래꽃이 필 것이다..

를 놓고 나같은 농사군이 한마디 더한다면 그야말로 국민시인에 대한 결례이자 진달래꽃毁損이요 侮辱일 것이다...

 

김소월은

1902 평북 정주 출생

1915 서울 오산학교 입학. 스승 김억의 영향으로 를 쓰기 시작

1920 [낭인의 봄] 등을創造에 발표하며 등단

1922 배재고보 입학

1923 일본 동경상대 진학에 이어 동경대지진으로 귀국

1924 金東仁 金瓚永 林長和 등과 靈臺동인으로 활동

1925 시집 진달래꽃(매문사) 간행

1934 사망

 

소월은 갓 서른에 自殺悲運詩人이었다. 1944년에 타계한 윤동주나 이육사에 앞서 일제의 소용돌이에서 를 마주했다고 볼 수 있다. 산속에 살면서 素月의 이런 가 머리에 남는다. 산경(山耕)’이라는 말은 그냥 화전민(火田民)’을 뜻하는 것 아니겠는가?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나는 꿈꾸었노라, 동무들과 내가 가지런히,

벌가의 하루 일을 다 마치고

석양에 마을로 들어오는 꿈을,

즐거이, 꿈 가운데.

 

그러나 집 잃은 내 몸이여,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이처럼 떠돌으랴, 아침에 저물손에

새라 새로운 탄식을 얻으면서.

 

동이랴, 남북이랴,

내 몸은 떠나가니. 볼지어다,

희망의 반짝임은, 별빛의 아득임은,

물결뿐 떠올라라, 가슴에 팔다리에.

 

그러나 어쩌면 황송한 이 심정을!날로 나날이 내 앞에는

자칫 가늘은 길이 이어가라. 나는 나아가리라.

한 걸음, 또 한 걸음. 보이는 산비탈엔

온 새벽 동무들 저 저 혼자…… 산경(山耕)을 김매이는.

 

<崇文社 檀紀42841121日 發行 146-7>



1951년 內戰 중에 서울고등하교 인근 숭문사에서 발행한 진달래꽃은 많이 낡앗다.


우리에게 보습 댈 땅이 있었다면...

소월이 음독할 1934년 당시 1919년도 지나고 만주사변을 겪으며 세상은 점점 어두워갔을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