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村의 詩 0008> 이육사의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꼭 한 개의 별을
십이성좌(十二星座) 그 숱한 별을 어찌나 노래하겠니
꼭 한 개의 별! 아침 날 때 보고 저녁 들 때도 보는 별
우리들과 아-주 친(親)하고 그 중 빛나는 별을 노래하자
아름다운 미래(未來)를 꾸며 볼 동방(東方)의 큰 별을 가지자
한 개의 별을 가지는 건 한 개의 지구(地球)를 갖는 것
아롱진 설움밖에 잃을 것도 없는 낡은 이 땅에서
한 개의 새로운 지구(地球)를 차지할 오는 날의 기쁜 노래를
목안에 핏대를 올려가며 마음껏 불러 보자
처녀의 눈동자를 느끼며 돌아가는 군수야업(軍需夜業)의 젊은 동무들
푸른 샘을 그리는 고달픈 사막(沙漠)의 행상대(行商隊)도 마음을 축여라
화전(火田)에 돌을 줍는 백성(百姓)들도 옥야천리(沃野里)를 차지하자
다 같이 제멋에 알맞는 풍양(豊穰)한 지구(地球)의 주재자(主宰者)로
임자 없는 한 개의 별을 가질 노래를 부르자
한 개의 별 한 개의 지구(地球) 단단히 다져진 그 땅 위에
모든 생산(生産)의 씨를 우리의 손으로 휘뿌려 보자
영속(▩粟)처럼 찬란한 열매를 거두는 찬연(餐宴)엔
예의에 끄림없는 반취(半醉)의 노래라도 불러 보자
염리한 사람들을 다스리는 신(神)이란 항상 거룩합시니
새 별을 찾아가는 이민들의 그 틈엔 안 끼여 갈 테니
새로운 지구(地球)엔 단죄(罪) 없는 노래를 진주(眞珠)처럼 흩이자
한개의 별을 노래하자. 다만 한 개의 별일망정
한 개 또 한 개의 십이성좌(十二星座) 모든 별을 노래하자
<風林 : 1936.12>
설날이 다가오고 있다. 농경민족으로의 설날은 점점 흐려지고 회계연도 - 봄가을의 학사력 등이 오히려 기세지만 역시 설날 추석은 우리 민족의 뿌리인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 날은 돌아가신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 어른들께 세배를 하지만 그 주인공은 단연 영문 모르고 즐거운 아이들이다.
이 시대 우리에게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는 이 구절은 우리 아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꼭 한 개의 별! 아침 날 때 보고 저녁 들때도 보는별
우리들과 아―주 親하고 그중 빛나는 별을 노래하자
아름다운 未來를 꾸며 볼 東方의 큰 별을 가지자....‘
어떤가?! 세배 돈을 꼼지락거리며 아이들을 기다리는 어른들의 심정 그대로 아닌가?!
그 아이는 온 世上이요...시름을 달래는 寶石이요... 삶의 보람이요... 또 罪없는 새로운 세상의 眞珠이다. 그리고 이 한 아이...한 아이가 지구촌을 저 칸트의 道德律에 보이는 無類星座의 새 世上을 이루는 씨앗이지 않을까?!
曠野의 超人에서부터...절정...꽃 등등 일관되게 그는 이런 독립의 구세주를 그리워 한 것은 아닐까?! 지금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스스로의 세계에 빛을 주어야 할 그런 시대가 아닐까?Q
二六四(李陸史)로 알려진 이원록(李源綠)은 1904년에 태어나 1944년 북경의 ‘東廣胡同 28번지’의 일본영사관(?) 유치장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 후통의 입구에는 일본군 첩보기관인 동방문화사업위원회가 있었다고 한다.
그의 일생은 독립운동과 감옥과 드문드문 이어진 詩作으로 점철되어있다.
1925년에 형 이원기(李源琪), 아우 이원유(李源裕)와 함께 대구에서 의열단(義烈團)에 가입하고 1927년에는 장진홍(張鎭弘)의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에 연루되어 대구형무소에 투옥되었다.
1929년 광주학생운동, 1930년 대구 격문사건(檄文事件) 등에 연루되어 모두 17차에 걸쳐서 옥고를 치렀다.
중국을 자주 내왕하면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1943년 가을 잠시 서울에 왔을 때 일본 관헌에게 붙잡혀, 베이징으로 송치되어 1944년 1월 베이징 감옥에서 작고하였다.
退溪 이황(李滉)의 14대 孫답게 할아버지에게 한학을 공부하였고, 문중(門中) 학교인 예안(禮安) 보문의숙(普文義塾), 永川의 白鶴學校(현 산동중학교의 母胎), 교남학교(嶠南學校- 현 대륜중고교의 전신)에서 修學.
1926년 북경 조선군관학교, 1930년 베이징대학[北京大學] 사회학과에 적을 두었다는 이야기가 전하나 그 연도나 자세한 이력은 아직 미확인 상태다.
문단 활동은 조선일보사 대구지사에 근무하면서 1930년 1월 3일자 『조선일보』에 시작품 「말」과 『별건곤(別乾坤)』에 평문 「대구사회단체개관(大邱社會團體槪觀)」 등을 발표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의 시집은 안타깝게도 그의 사후 동생 이원조(월북 평론가)에 의해 1946년 여름 서울출판사에 의해 출판되었다.
시와 공간의 문제를 작가의 위치에서 바라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가 있다. 陸史의 “꽃”에서
‘바람결따라 타오르는 꽃성’을 ‘광복의 날’...‘나비처럼 취하는 회상의 무리들아’를 ‘광복의 즐거움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우리민족’으로 해설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시인은 지금 ‘北쪽 툰드라’에 있다. 그리고 ‘저버리지 못할 約束’을 하고 있다.
아마 奉天(지금의 심양)에서 ‘光復의 意志’를 다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자리에서 ‘한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은 ‘태평양의 한 가운데 군국주의로 날뛰는 섬’이 아닐까?! 그렇다면 부나비처럼 토착왜구 노릇을 하는 노예들에게 시인은 정신 차리라고 ‘여기서-北쪽 툰드라에서’ 목 놓아 부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빵도 눈물을 흘려봐야 맛이 달라지듯 독립도 의지를 세워 그 자리에 서봐야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까?!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잖는 그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北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속 깊이 꽃맹아리가 옴작거려
제비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約束이여
한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城에는
나비처럼 醉하는 回想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보노라.
이 시는 <風林 : 1936.12>의 창간호에 실렸는데, 이 잡지는 1936년 洪淳烈이 순수문예를 지향하여 창간한 잡지다. ... 컷·장정·표지는 李周洪이 맡았다는데 그는 만년에 부산의 문단을 이끌다가 1987년 타계했는데 갑자기 그의 墨痕이 그립다.
雜誌란 ‘...특정한 이름을 가지고 여러 가지 내용의 글을 모아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정기적으로 편집, 간행하는 정기 간행물...’이라는데 요즘 말로 하자면 ‘인터넷 문화카페’ ... 이렇게 되지 않을까?! 내 친구에 ‘朴某’가 이런 일을 하는데 ‘잡지사 사장’티를 내지 않으면서 온갖 글과 사진을 편집하는 그의 솜씨가 새삼스럽다.
손때 묻은 시간이 그리운 시간...세월의 저편에 있는 陸史를 불러오는 시간...이 시간은 朴某와 세밑 정담을 나누고 싶은 그런 시간이다.
『풍림』은... “이것은 동인지도 아니요, 어떤 종파적 집필을 특생으로 하는 것도 아니요, 누구나 문학이면 다 쓸 수 있는 여러분의 것이다”라는 창간의 말이 새삼스러운 지점이다. <*>
1986년 심원섭이 편주한 원본 이육사전집은 육사에 대한 경의를 느낄 수 있다.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는 대략 15곳에 실렸고 편자는 이 한편의 시에 55군데의 주석을 달고 있다.
오른쪽 하단이 1946초판본 육사시집.
요즘 원본 복사본이 출간되었는데 지금은 품절이다.
고향에 이육사문학관이 있으니 그냥 지나칠 일은 아니다.
올 해는 꼭 이곳을 찾아보려 한다.
이곳에는 초간본 원본이 있을 것이다. 인천의 근대문학관에도 초간본이 전시되고 있다.
육사시집 초판본 복사본
신석초-김광균-오장환-이용악이 공동으로 서문을 쓰고 20편의 시가 실려잇다.
동생 이원조의 발문... 그는 이 시기 평론의 한 축을 이루고 있었다.
새해를 맞아 친구가 연하장을 보냈는데...
육사의 '꽃맹아리'가 새삼스러운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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