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밭 짚 걷은 날을 기억하기 2
올해는 마늘밭에 왕겨를 덮었다. 2016년에는 3월20일에 마늘밭을 덮은 짚을 걷었다고 일기에 적혀있다. 사진을 찍고 인쇄를 해서 벽에 붙여놓고 또 블로그에 올려두었었다.
대대로 할아버지 아버지 밑에서 대를 이은 농군은 바람만 스쳐도 봄이 오는지-꽃이 필지-마늘 순이 얼지 말지를 안다. 아마 바람 냄새를 맡을 줄 아는 것 같다. ‘바람이 맵싸하다’라는 말을 보더라도....
달래- 냉이- 고들빼기- 고사리- 쑥은 산비탈이나 밭둑에서 봄을 알린다.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면 식탁에 맥주 컵에 한 가지 꺾어 놓기도 하고...
윗 밭에는 눈 녹은 자리에 겨울시금치가 얼어있는 봄...
여름엔 그늘의 머위...밭에서는 상추...5월말이면 애호박...오이(쿠쿰바)......풋고추...토마토...
이번 겨울은 촛불과 TV와 태극기를 번갈아보며 지새웠다. 돌이켜보니...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거짓말-’ 이 한 단어 때문에...올봄은 비도 내리지 않는다. 건너편 마당의 웅덩이[연못?]가 마른 것은 이사 오고 나서 처음이다...봄가뭄은 으레 그러려니 하지만 에디푸스 시대도 아니고...정말 거짓말 같다. 비가 내리지 않으니 미세먼지에... 황사에... 날짐승들의 전염병은 당연히 ‘참말’이 아닐까?
땅에 뿌리를 내린 나물의 순을 잘라 삼켜 피를 만든다.
녹색의 풀빛의 액즙은 심장에서 붉은 피가 된다. 자줏빛 포도는 자줏빛 포도주를 만드는데...풀은 五臟六腑에 초록색을 칠해놓고 아침이면 하얀 體液을 分泌한다. 마치 연잎에 ‘때그르르르르...’구르는 이슬방울처럼...
농촌에서 살면서 나날을 잊는다.
작년엔 언제 마늘을 캤지???
장마 들기 전에 마늘을 말려야 하니...
일기에는 그렇게 적혀있다.
6월19일 ‘마늘을 정리하다’...
아무튼 아랫집 마늘은 한 자나 자랐는데(4월4일 淸明 기준) 우리집 마늘은 한 마디쯤 올라왔다. 현관 우체통 옆의 노출온도계는 일출전 0度인데 한낮이면 20도까지 오르기도 한다. 채소의 발육온도는 24度라는 말도 있는데 비가 오고 날씨가 더워지고 땅심이 좋아야 잎이 파릇파릇 생기가 돌지 않을까?
아무튼 단군할아버지가 마늘을 먹으면 곰도 사람이 된다고 했으니 짐승같이 살아온 세월을 마늘을 길러 이겨보려 한다. 2월25일에 마늘싹을 보고 글을 쓰려다 청명절에 우선 그 사진을 올려둔다. 내일은 개자추의 寒食이니 말이다. <*>
2월25일의 마늘싹...
지난 겨울엔 그냥 왕겨를 덮었었다.
양파는 비닐을 덮어 주었는데 그럭저럭...
이날 2월25일은 영하 8도
삼국유사 고조선...마지막줄에 곰과 호랑이가 한 마을(한 집?...同穴)에 살았다는 말이 있다.
첫줄에 마늘(蒜)과 쑥(艾)을 먹으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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