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문학관에서 - 충남평생교육원 詩와 함께 가을 걷기
가을湖水걷기와 詩낭송...말만 들어도 왼지 설레는 이 모임에 앞 사람의 그림자를 밟고 따라 다녔다. 몇 번 옥천 정지용문학관에 들렀지만 이번에는 해설사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귀가 좀 뚫리고 눈앞에 뿌연 안개가 조금은 걷히는 것 같았다.
현장에서 듣는 詩이야기...한마디로...
‘沃川분들은 정말 정지용을 사랑하는구나!’
이런 느낌이었는데, 이곳 사투리와 산과 들과 강의 흐름이 비로소 시와 어우러지는 것을 느끼게 했다.
생가의 뒤편에는 ‘정지용기념우표’를 파는 카페가 있었는데 ‘카페 프란스’라는 책도 팔고 있었다. 이 책으로 지용이 1928년 세례를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톨닉靑年’이라는 잡지의 편집위원이기도 했고...그리고 이 잡지에 悲劇(비극)이라는 시를 발표했다고 한다.
悲劇
‘悲劇’의 흰 얼굴을 뵈인 적이 있느냐?
그 손님의 얼굴은 실로 美하니라.
검은 옷에 가리워 오는 이 고귀한 尋訪에 사람들은 부질없이 唐慌한다.
실상 그가 남기고 간 자취가 얼마나 香그럽기에
오랜 後日에야 平和와 슬픔과 사랑의 선물을 두고 간 줄을 알았다.
그의 발옴김이 또한 표범의 뒤를 따르듯 조심스럽기에
가리어 듣는 귀가 오직 그의 노크를 안다.
墨이 말러 詩가 써지지 아니하는 이 밤에도
나는 맞이할 예비가 잇다.
일즉이 나의 딸하나와 아들하나를 드린 일이 있기에
혹은 이밤에 그가 예의를 갖추지 않고 오량이면
문밖에서 가벼히 사양하겠다 !
<1935.2 「가톨닉靑年」>
‘딸 하나와 아들 하나’를 주님에게 바쳤다는 말은 ...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는 의미가 아닐까? 우리는 ‘발열’과 ‘유리창’을 시인의 아린 체험과 연관 짓고 있다. 喪失(상실)과 도달할 수 없음-나아가 分斷(분단)-隔離(격리)-葛藤(갈등)-矛盾(모순)-不調和(부조화)... 이런 단어들은 우리들을 아프게 한다. 그리고 더 큰 아픔으로 카타르시스하곤 한다.
차디찬 유리창의 遮壁(차벽)...하늘의 그 무수한 별들도 救援(구원)의 손길을 뻗을 수 없는 久遠(구원)...
發 熱
처마 끝에 서린 연기 따라
葡萄순이 기어 나가는 밤, 소리 없이,
가믈음 땅에 시며든 더운 김이
등에 서리나니, 훈훈히,
아아, 이 애 몸이 또 닳어 오르노나.
가쁜 숨결을 드내 쉬노니, 박나비처럼,
가녀린 머리, 주사 찍은 자리에, 입술을 붙이고
나는 중얼거리다, 나는 중얼거리다,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多神敎徒와도 같이.
아아, 이 애가 애자지게 보채노나!
불도 약도 달도 없는 밤,
아득한 하늘에는
별들이 참벌 날으듯 하여라.
<朝鮮之光(조선지광) 1927. 7.
琉璃窓1
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 나가고 밀려와 부디치고,
물 먹은 별이, 반짝, 寶石처럼 백힌다.
밤에 홀로 琉璃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은 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山ㅅ새처럼 날러 갔구나!
<1930.1「조선지광」 맞춤법은 1946 『지용 詩選』乙酉文化社 기준>
그리고 또 다른 詩(시) 太極扇(태극선)에 아이를 그리워하는 父情(부정)이 묻어난다.
이 아이는 고무뽈을 따러
흰 산양이 서로 부르는 푸른 잔디 우로 달리는지도 모른다.
이 아이는 범나비 뒤를 그리여
소스라치게 위태한 절벽 갓을 내닫는지도 모른다.
이 아이는 내처 날개가 돋혀
꽃잠자리 제자를 슨 하늘로 도는지도 모른다.
(이 아이가 내 무릎 우에 누온 것이 아니라)
새와 꽃, 인형, 납병정, 기관차들을 거나리고
모래밭과 바다, 달과 별 사이로
다리 긴 王子처럼 다니는 것이려니,
(나도 일찍이, 점두록 흐르는 강가에
이 아이를 뜻도 아니한 시름에 겨워
풀피리만 찢은 일이 있다)
이 아이의 비단결 숨소리를 보라.
이 아이의 씩씩하고도 보드라운 모습을 보라.
이 아이 입술에 깃들인 박꽃 웃음을 보라.
(나는, 쌀, 돈셈, 집웅샐 것이 문득 마음 키인다)
반디ㅅ불 하릿하게 날고
지렁이 기름불 만치 우는 밤,
모와 드는 훗훗한 바람에
슬프지도 않은 태극선 자루가 나부끼다.
이 아이가 천상에서 뛰노는 환영속에서 문득문득 현실을 재우치는 아버지의 모습이 안타깝게 그려져 있다. ‘..무릎 우에 누온...’ 아이는 아버지에게는 ‘... 비단결 숨소리... 씩씩하고도 보드라운 모습... 입술에 깃들인 박꽃 웃음...’으로 비친다. 마치 ‘호수’에 드러난 시인의 마음처럼...
湖水 1
얼골 하나 야
손바닥 둘 로
푹 가리지 만,
보고 싶은 마음
湖水만 하니
눈 감을 밖에。
<1930.5 「시문학」>
이 날 이 자리에서는 이런 생각들을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몇 권의 지용시집들의 먼지를 털어내는 계기가 되었다. 2016년의 가을날에...<*>
옥천 시인의 마을 실개천은 정지용의 시를 따라 걷게 되어 있다.
정지용의 호수...
휘문고와 이화여대에서 교편을 잡은 정지용 선생님과 함께...
정지용의 시집들...
시문학사의 1935년 초간본 '정지용시집'
1941년 문장사의 '백록담'
1946년 을유문화사의 '지용시선'
건설출판사의 '정지용시집'은 시문학사의 재판인 셈...
1948년
1949년3월 동지사
기념우표
문학관 해설사의 열강
나비가 한마리 날러 들어온 양 하고
이 종이ㅅ장에 불빛을 돌려대 보시압.
제대로 한동안 파다거리 오리다.
--대수롭지도 않은 산목숨과도 같이.
그러나 당신의 열적은 오라범 하나가
먼데 가까운데 가운데 불을 헤이며 헤이며
찬비에 함추름 휘적시고 왔오.
--스럽지도 않은 이야기와도 같이.
누나, 검은 이밤이 다 희도록
참한 뮤-쓰처럼 쥬무시압.
해발 이천 피이트 산 봉우리 우에서
이제 바람이 나려 옵니다
시와 함께 가을걷기
이분도 정지용 사랑에 흠뻑...
시와 시어에 해박한...
강변의 정지용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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