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를 잡으려고
왼쪽 오른쪽
남녘 북녘
등을 돌리고
돌아서면
오른쪽 왼쪽
북녘 남녘
방파제를 밀어내며... 파도는
밤이나 낮이나
봄이나 가을이나
기슭을 친다.
사내아이는 모래톱을 달려 파도에 몸을 싣는다.
물보라가 삼켜도 공중제비로
파도타기를 한다.
왼쪽도 모르고 오른쪽도 모르고
동쪽도 모르고 서쪽도 모르고
저 하늘의 무지개를 잡으려고
파도타기를 한다.
***반세기의 저편에서 오백리를 떨어져 어느 이름모를 해안가에서 옛날의 친구를 만났다. 그는 가까운 만큼 멀어져버린 - 그리운 만큼 낯선 동포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 그리움은 鐵柵으로 가로막히고 그의 손짓은 무지개만큼 멀어보였다. 그러나 저 해뜨는 바다에서 그를 바라본다면 무지개의 光背에 안긴 예수의 마음과 모습이 그렇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여행에서 집으로 돌아와 현관을 열 때면 가끔은 ‘고뇌의 문’을 여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 친구의 부인은 고운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 친구는 노래를 사랑했고 나는 그것이 부러웠다. 그 노래를 생각하면 시름이 스러진다...
그 친구가 생각하는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순조롭기를 손모아 빈다. 이 시간만큼은 나도 신앙인이다.
어는 봄날의 새벽...참새도 울기 전에....<*>
무지개는 돌풍이 불고 장맛비같은 봄비가 내리고 육지의 끝에 가서야 멀리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친구의 등뒤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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