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書

2015조선통신사[2] 영천

양효성 2015. 3. 31. 10:22

2015조선통신사[2] 永川

 

3.

1763년 그러니까 숙종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은 당연히 , 이름은 인 영조가 보위에 오른 지 39- 24년에 이어 두 번째 덕천가치의 쇼군의 직위를 잇는 축하사절을 보내는 국서에는 별폭이 붙어 있다. 別幅.. 시쳇말로 별첨 문서로 물목이라 할 수 있다.

 

인삼 50, 최고급 비단인 대유자 10, 유자보다 윤이 더 나고 색실로 짠 비단 대단자 10, 누인 모시인 백저포 30, 생저포 30, 백면주 50, 흑마포 30,

이런 옷감들에 이어 虎皮 15, 표피 20, 청서피 30, 어피 100, 色紙 30, 채화석 20, 각색 필 50, 진묵 50, 황밀 100, 청밀 20, 응자 20, 준마 2,

이상[]

8월 일

朝鮮國王 李 衿.

 

중국어에는 수량사라는 품사가 있다. 단위를 따지는 명사들인데 수량이 부정확하면 상행위도 세금도 바로 세울 수 없다는 민생철학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자금성 태화전의 상징이 쌀이나 콩의 량을 계량하는 되와 시계인 점은 되새겨볼 만하다. 붓은 , 먹은 , 鷹子-매는 이라는 단위가 내게는 낯선데, 요즘은 어피 100- 이렇게 단순히 읽지 않고 그 어피가 어떻게 생겼는지 재현하는 사람들도 있다.

 

통신사 일행은 국서와 이 물목을 챙겨 비바람을 무릅쓰고 바다를 건너 다시 동경까지 먼 길을 떠나야한다. 비에 젖거나 더위에 부패하거나 곰팡이가 슬거나...조금도 훼손되어서는 아니 된다. 통신사에 지명되면 우선 관복을 손수 지어야하고 끼니는 가는 길목의 유지들에게 신세를 져야한다. 부산의 집결지에는 당연히 팔도에서 모인 관리와 노를 젓는 격군들로 북적거릴 수밖에 없다. 요즘처럼 악천후라도 엔진키만 돌리면 출항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빠삐용이라는 영화에는 파도를 헤아리는 죄수가 있었다. 마지막 파도를 타고 넘어야 큰 바다로 나가 그 악몽의 섬에서 탈출할 수 있다. 통신사들도 부산포를 벗어나기 위해 바람과 물때를 살피면서 여러 날을 허비하기도 했었다. 부산포에 정박한 여섯 척의 배들 주변에서 이들이 소비한 하루 세끼의 식사와 잠자리는 어떠했을까?

 

배는 그 때 그 때 만들어 썼다고 한다. 배의 수명이라는 것이 일회용이었던 모양이다.

 

나도 짐을 싸야 했다. 처음에는 군인들을 생각했다. 그 가운데 보병의 행장을...조선이나 백제시대의 군인들도 잠시 생각해 보았다. 다음에는 탁발승의 일상을 그려 보았다. 그냥 인솔자를 따라 걷기만 하면 되는 것인데... 그래도 지도를 생각해 본다. 아직 읽지 않은 책도 생각해 본다. 컴퓨터와 카메라가 짐이라면 짐이다. 일행의 짐에 이 보따리를 허용할 공간이 있겠는가? 50일간의 보따리는 차량이 다음 목적지까지 운반해 주고 우리는 배낭을 지고 걷기만 하면 되지만 허용된 물목 이외의 짐은? 그 허락을 아직 받지 못했다.

 

4. 地圖

준비물에는 통신사관련자료라는 항목이 있다. 광복전지형도라는 지도는 내게는 중요한 자료지만 진흥회나 영천시의 입장에서도 그럴지는 의문이다. 수원에는 국토부 산하의 국토지리정보원이 있다. 지난번 미야자키로 가는 길에 구한 통신사길에서 빠진 부분을 정리했다. 망설이다가 이 지도를 보충하기 위해 수원에 다시 들르기로 했다. 담담자 BH에게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해두었다.

 

화요일 오전에 직접 방문하겠습니다.

 

纛島[뚝섬] / 利川 / 장호원 / 黃江里 / 함창 / 孝令 / 朝陽 / 金海

 

자세히 말씀드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京城 右 : 纛島[뚝섬]

2. 水原 : 利川

3. 安城 : 장호원

4. 忠州 : 황강리

5. 聞慶 下 : 함창

6. 군위 : 孝令

7. 모량 우 : 朝陽

8. 東萊 왼쪽 金海

 

이 지도는 국토를 쪼개 9방단위로 분류해두었다. 경성을 중심으로 위아래 왼쪽오른쪽 하면 원하는 곳의 지형을 15000분의 1로 볼 수가 있다. 100년 전의 모습을 내가 왜 보려고 하는지는 차차 알게 될 것이다.

 

5. 영천- 朝陽永川丹心歌

통신사의 길에 영천이 있다. 그때도 지금도 지명은 변하지 않은 영천으로 마상재가 열렸던 곳이다. 2015년 영천에는 무슨 일이 있을까? 10월에 문화의 달 행사를 한다고 한다. 201510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축전에는 여러 의미의 행사가 열릴 것이다.

 

영천에는 1만원권 지폐의 뒷면에 보이는 천문대가 있고 사철 복숭아, 포도 등등 농산물과 약재가 생산되고 두 곳의 승마장과 별별 미술관 등등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그런 내게 인상 깊었던 것은 10년 전 어느 날 문득 이곳에서 깨었을 때 조양각 아래 다리 위로 솟아오르는 日出이었다. 조양각 앞의 냇물을 붉게 물들인 紅焰!

 

그리고 영천의 肉膾[평소에 젓가락을 대지 않았는데 지금은 친구들에게 이 육회를 권한다.]를 한 접시 들면서 왕평과 백신애 드리고 최무선과 박인로 등등의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리고 포은의 이름을 딴 고등학교가 있다는 이야기도...

 

2015년 소통과 의리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시대다. 포은은 일본에도 중국에도 다녀온 외교가였다. 저 붉은 日出을 통해 영일만의 태양은 무슨 이야기를 내게 암시하는 것일까? 올해는 싫든 좋든 한일외교 재개 50주년이라고 한다.

 

포은은 이런 시를 썼다고 백과사전에 적혀있다. 춘흥은 내가 좋아하는 시다.

 

우국시(憂國詩)

千仞崗頭石逕橫 (천인강두석경횡) / 천길 바위머리 돌길로 돌고 돌아

登臨使我不勝情 (등림사아불승정) / 홀로 다다르니 가슴 메는 근심이여

靑山隱約夫餘國 (청산은약부여국) / 청산에 깊이 잠겨 맹서하던 부여국은

黃葉檳紛百濟城 (황엽빈분백제성) / 누른 잎은 어지러이 백제성에 쌓였도다

九月高風愁客子 (구월고풍수객자) / 구월의 소슬바람에 나그네의 시름이 짙은데

百年豪氣誤書生 (백년오기오서생) / 백년기상 호탕함이 서생을 그르쳤네

天涯日沒浮雲合 (천애일몰부운합) / 하늘가 해는 지고 뜬 구름 덧없이 뒤섞이는데

矯首無由望玉京 (교수무유망옥경) / 다리를 지나며 고개를 들어 하염없이 송도만 바라보네

 

춘흥(春興) : 봄의 흥취

春雨細不滴 (춘우세부적) / 봄비 가늘어 방울지지 않더니

夜中微有聲 (야중미유성) / 밤 깊어 희미하게 빗소리 들려라

雪盡南溪漲 (설진남계창) / 눈 다 녹아 남쪽 개울에 물 불어날 것이니

多少草芽生 (다소초아생) / 풀싹은 얼마나 돋았을까

봄비는 보슬보슬 안개 같아서/ 밤 깊어 사분사분 속삭이누나/ 눈 녹아 남녘개울 물이 넘치면/새싹이 여기 저기 돋아났겠지?!

 

그런 포은이 일본에 다녀왔다는 것은 이미 말했다. 통신사를 따라 걷는 길! 금년10월에는 영천에서 포은을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 조양각 아래 일출을 바라보며...朝陽永川丹心歌<*>

 

호연정에서 바라본 영천

 

아침이면 이 강물위에 불이 붙는 日出의 도시 永川!

 

호연정의 보물...병와가곡집의 목차부분...포은의 이름이 아래 왼쪽에 보인다.

 

폐교가 된 초등학교의 정원에는...

 

그리고 교실에는...별별 일이 많은데...

 

장날은 쉬지만...

 

 

골목은 부활을 알리고...

 

 

도시의 르네상스를 위해...

 

고전은 문화의 달을 소리없이 지켜볼 것이다....환벽정...영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