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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노인 겨울나들이[上] 괴산 양반길-연픙 수옥폭포

양효성 2013. 12. 6. 13:22

            

                       천안노인 겨울나들이[]

                                                            괴산 양반길-연픙 수옥폭포

 

 

겨울안개 : KL은 천안시민이고 나는 얼치기 천안농민이다.

괴산 양반길을 걸어보자고 오전 10시 연춘리[독립기념관 부근으로 괴산가는 길목이다.]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안개가 짙다. 124일이면 立冬 小雪 지나고 모레-글피면 大雪인데 봄날씨에 濃霧가 코앞이 안 보일 정도로 뿌옇다. 차들은 모두 비상등을 켜고 서있는 것인지 가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이거 웬 일이유?’

어디 다방에라도 죽치고 기둘릴까?’

‘...병천까지라도 가보지유...’

엉금- 엉금- 병천을 지나 청주공항쪽으로 새로 뻗은 21번 도로를 따라 가도 앞은 트이지 않는다. 나는 어제 大同契로 두 사람은 送年會宿醉로 고생인데 斗酒不辭 김생원이 속앓이 하는 것은 처음이다. 휴게소도 마땅찮은데 증평지나 고산 칠성면은 길이 휑하게 뚫려있고 안개도 한 꺼풀 걷혔지만 해는 뿌옇게 모시이불을 덮고 있다. 시골약국에서 응급조치를 하고 괴산댐을 끼고 산막이길을 바라보며 비탈길을 따라 빈 나루터에 선다.

 

갈은구곡 : 안내판은 잘 정비 되었는데 양반길은 달천강을 거슬러 2-1코스, 갈은계곡으로 2, 강의 상류와 갈은계곡의 끝자락에서 마을을 도는 3코스로 둘레길을 조성한 모양인데 30리는 넘을테니 양반[?!]이 걷기에는 좀[?!].... 김생원은 가마에서 南柯一夢으로 숙취를 다스리라 하고 우리 얼치기들은 그냥 갈은구곡을 걷기로 한다.

 

출렁다리에서 한 장 찍고...계곡 입구에 이르러보니 산불조심 입산금지 프래카드가 막아선다. 봄에는 3-4, 초겨울에는 1115일부터 1215. 참 어중간하게 찾아왔다. 계곡은 바람만 불어오고 인적은 없는데, 산지기

누가 쏘[소인지 담인지 하여튼 溪流가 고인 곳]에 십자가가 나타난다고 텔레비전에 내보내 할 수없이 거기까지만 다녀오세유! 삼거리까지유...’

거기까지 얼마나 걸려유?’

‘10분이면 되유!’

걷기 실은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十字架는 언제 나타나나유?’

‘11시반에서 12시반사이가 젤루...’

지금이 딱이네유!’

우리는 허룽허룽 걷기 시작한다. 콩과 옥수수를 잘라낸 텅 빈 밭과 숨소리를 죽인 흐르는 물...물에 잠겨 아롱거리는 자갈들...硏磨! 갈고 닦는다는 말이 떠오른다. 오직 흐르는 물에 의지해 자신의 모난 성깔을 다듬어 낸 그 돌들에서 지난 70년을 돌아본다.

이번에는 산을 가로막은 거대한 바위! 그 바위틈에 천년솔이 자라고 있다. 獨也靑靑이라는 말이 있었지...저 아스라한 바위 꼭재기에 뿌리를 내리고 겨울이 춥다않는 저 소나무에 비하면, 마른갈대도 겨울을 꼿꼿이 견디거늘 나는 도대체 어떻게 된 인생이야? 이 거! 그 바위가 울고 있었다. 나는 우선 눈물바위라고 이름지었는데 채 녹지 않은 눈이 흘러내리는 것이었는데...氷花라는 말이 있는데 氷滴이라고 불러야 할까?

 

물속의 십자가 : 걸음따라 따라 눈앞의 거대한 산봉우리가 점점 다가온다. 산은 내게 다가오는데 李敎理는 마호멭처럼 산으로 걸어가고 있다. 그 작은 물웅덩이에 소나무 그림자가 어리는데 거기 분명 십자가가 떠오르고 있었다. 우리는 한참 그 물속을 凝視했다. ‘有一物於此하니 絶名相하고 貫古今이라로 시작하는 金剛經五家解에 이런 문장이 이어진다. 昭昭於俯仰之間하고 隱隱於視聽之際하며...눈동자가 빛나고 고막이 떨리는 곳에 그 숨김이 顯現한다는 隱隱이라는 말은 여기서 나왔다. ‘隱隱[은은]하다는 분명치 않지만 분명하다는 말보다 더 뚜렷하다는 의미가 있다. 우리는 先知者[?]의 계시를 따라 그 십자가에 한동안 심취하며 서로 말이 없었다.

 

場嵒石室 : 갈래길[중국말로는 丁字路]은 너무 쉽게 눈앞에 드러났다. 거대한 바위는 칼로 자른 듯 하늘을 가르며 기울어 있었는데 우리는 그냥 피사의 바위라고 불렀는데 한자로 場嵒石室이라 새겨 있었다. 長巖과 같은 의미로 거대한 바위가 포개진 것을 뜻할 것이다. 옛 문인들은 이런 계곡에 草幕을 세우고 먹을 갈고 를 읊고 또 거문고를 타면서 저런 글을 바위에 새기게 했을 것이다.

 

莊子의 꿈을 꾸었는지 김생원은 나비처럼 활개를 치며 개구리헤엄하듯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이제 점심을 먹을 때가 되었다.

김치찌개 기가 막히게 하는집이 있시유...’

이 친구의 입맛은 보증수표다. 쏘가리탕 대신 이 김치찌개로 속을 풀고 연풍으로 천안에서 좀 더 멀어지기로 했다. <*>

 

 

산막이길을 걸은 분은 이 나루터가 낯익을 것이다.

 

출렁다리도 얼어있고...

 

물에 잠긴돌은 말이 없다.

 

안개는 걷히고...

 

솔은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말없이 눈물을 흘린다.

 

너럭바위와 물과 산과 겨울...

 

소나무그림자 어리는 곳에...

 

隱隱한 십자가?!

 

갈은통문의 바위산...

 

일송정...

 

산으로 걸어가는 마호멭...

 

장암석실...

 

피사의 바위

 

공룡의 발자국일까?

 

물은 흐름을 멈추고 봄을 기다린다.

 

탐방로 보호기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