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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풍 카톨릭 성지 漏感 - 천안노인 겨울나들이[中]

양효성 2013. 12. 6. 23:13

 

         연풍 카톨릭 성지 漏感 - 천안노인 겨울나들이[]

 

不良信徒 : 宿醉에서 莊子의 꿈을 꾸고 還生K

연풍에는 카톨릭聖地도 있시유- ’

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이야기인가? 우선 양반길은 벗어났으니 弘文館敎理生員이니하는 거추장스런 班列에서 벗어나기로 하자. 암튼 L과 나는 바르게살기착허게 살기와는 거리가 멀다. ‘막 살기가 제격인데, L은 막 사는 것 같아도 인간관계 두루 원만하고 약속은 하늘에 번개가 쳐도 지키는 신의가 두터울 뿐 아니라 건강하고 구김살이 없는데 그에 비하면 나는 그 반대로 제멋대로 사는 모나게 살기에 가깝다고 할까?

L과 나는 누군가 종교를 물어오면 다같이 佛敎라지만 L이 주위에 술이든 밥이든 普施가 일상이라면 나는 그 혜택을 받는 쪽에 더 관심이 많고 아마 聖人들의 最後과도 무관치 않은 것 같다. 소크라테스처럼 國法遵守하기도 싫고, 예수의 犧牲不可思量이지만 孔子禮式도 번거롭다. 오직 모로 누우신 부처나 왕자로 태어나 무난한 일생을 사신 그 懶怠[?!]’가 내 性味에 가깝기 때문이 아닐까?

천주교 : 나는 카톨릭신자가 아니다. 그러니 아련하게 그 종교에서 위안을 받는 것은 매우 피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강화도의 천주교당과 공세리의 성당을 지날 때면 그 종교적 靜謐에 옷깃을 가다듬기도 한다. 聖父聖者聖神에 대한 聖號天地人三才를 연상시키고 향불을 피우며 차이나컬러와 치파오를 연상시키는 聖衣에 싸인 신부님의 근엄함은 환각에 시달리는 번뇌를 잦아들게 한다.

그보다는 가끔 유럽의 도시에 고딕의 성당이 없다면 얼마나 無味乾燥할까? 그런 생각을 해보곤 한다. 마치 서울에 명동성당이 없고 그 자리에 대머리를 닮은 장충체육관에서 매일 집체모임이 이루어진다면? ... 루브르에서 정작 기억에 남는 것은 모나리자 보다 유로화 이전 100프랑지폐에도 나오는 三色旗를 든 드라끄로와의 그림이었다. 그 깃발의 인상이 독일에서도 색깔만 바뀌었을 뿐 마찬가지였던 것은 이 自由-平等-博愛라는 상징의 뿌리가 카톨릭에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聯想때문이었다. 하늘아래 인간의 모습으로 환생하여 부여받은 그래서 인류애라는 靈性을 독일어로는 Brüderlichkeit 兄弟로서 血肉으로 맺어지는 강인한 유대를 더욱 실감하게 한다.

 

生命殉敎 : 영성의 자유를 위해 그 영성을 담은 생명을 버릴 수 있을까? 더구나 형제- 아니 이웃의 자유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칠 수 있을까? 성당을 지나치며 자주 아들을 안고 있는 어머니를 본다. 바티칸에서도 그 피에타를 보았다. 그 어떤 것보다도 생명을 안고 있는 모성처럼 본능을 초월한 純粹함은 없다. 純粹라는 말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유일의 지점이 바로 이곳에 있지 않나싶다. 그 순수함으로 이웃의 自由를 지키기 위해 생명을 바친다는 것을 나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가끔 聖衣에 숨어 기름진 얼굴만 빼꼼 드러내고 탁한 斜視와 느끼한 어투로 권력에 아첨하며 祈禱에 숨는 神父를 본다.

탱크 앞에 자유는 없다는데 칼날도 두렵지 않은 신념이 역사에는 그리고 현실에도 존재한다. 그 대립을 평화라는 용액으로 중화할 수는 없는 것일까? 연일 뉴스화면을 장식하는 끊임없는 야욕이 부르는 유혈사태를 종식하면서 말이다.

 

연풍성지에는 사람의 목을 조인 밧줄을 맷돌구멍에 끼워 끌어당겨 숨을 끊는 형틀이 전시되어있다. 셋 가운데 하나는 절두산 성지에 옮겨 전시되었다고 한다. 프랑스에는 단두대가 전시되어 있다. 이제 화해와 소통으로 더 이상 상대를 부정하는 이런 최후의 심판은 중지되어야하지 않겠나? 우리는 묵묵히 성지를 돌고 한 번 더 돌았다.<*>

 

        * 연풍 천주교 성지는 1801(순조 1) 신유교난(辛酉敎難) 때 가톨릭 신도 추순옥이윤일김병숙김말당김마루 등이 처형당한 자리로 이들은 1791(정조 15) 신해교난(辛亥敎難)을 맞아 연풍지역에서 은거하던 중이었다. 성지의 터는 조선시대 향청 건물이 있던 곳인데 이전에는 헌병주재소, 경찰지서 등으로 사용된 적도 있다.

 

 

순교의 증거...殺意는 인간의 어디에 숨어있는 것일까?

 

 

 

 

황루까의 묘

 

 

향청

 

 

 

 

 

노기남 대주교

 

지금 성지는 새 성당을 짓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