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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라는 것은?청주고인쇄박물관 그리고 청주시민은 모두가 작가

양효성 2013. 2. 1. 18:26

 

천년의 역사가 부활한 세계최초 금속활자 박물관

 

8개의 전시실은 한눈에 활자의 역사를 보여준다

 

방학을 이용해 멀리서 온 학생들은 해설사의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유네스코 문화유산 '직지'

 

'직지'가 인쇄된 흥덕사 유지에서 발굴된 유물들

 

字體선정과정

 

밀랍 끓이기

 

쇄출

 

제책

 

 이 신라장적은 정창원 소장

 

 

 

 

 

부활하는 활자- 청주 일인일책펴내기 제6회 전시회

 

 

책꽂이에 청주의 혼이 담겨있다.

 

아름다운 디자인의 살아있는 책들...청주문화유산

 

    활자라는 것은?

 

             청주고인쇄박물관 그리고 청주시민은 모두가 작가

 

문화도시 청주 : 淸州가 살아있는 도시라는 것은 직지심경으로 부활하고 다시 그 인쇄기술을 유전자로 시민들이 작가가 되면서 두 번 살아나는 활력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청주는 모두들 조용한 도시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뿌리 깊은 나뭇가지는 가벼운 바람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요란을 떨지 않고 힘을 발휘하는 시민의 힘-靜中動이라는 말은 이런 도시에서 제 의미를 찾는 것인지도 모른다. 춤추듯 부드럽게 폭력을 잠재우는 태껸이 이 동네에서 맥을 잇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활자라는 것은 살아있는 글자를 이름이다. 글자 한 자 한 자가 살아서 꿈틀대고 서로 이어지고 문장이 되었다가 흩어지고 다시 다른 글자와 결합해서 또 다른 생각을 만들어간다. 인류가 성장-노쇠를 거쳐 사멸하지 않고 永生하는 까닭이 여기 있다.

결국 활자라는 하드웨어는 문장이라는 소프트웨어를 만나 문화라는 꽃을 피운다. 문화란 무엇인가? 文字의 變化-文字의 造化를 줄인 말이다. 활자가 먼저냐? 말씀이 먼저냐는 물음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거나, 영혼이 중요하냐? 육신이 중요하냐는 질문과 다르지 않다. 말씀을 살리는 것은 활자요, 책은 인류를 바꾸는 에너지다.

 

귀한 말씀을 귀한 활자에 실어 모두에게 전하고 나누는 문화야말로 인간에게는 인간다움[佛性]을 누릴 수 있는 창조주의 축복이다. 말씀[Logos]은 활자를 만나고 활자는 말씀을 만났을 때 참 생명을 얻는다.

고려시대에 이르러 비로소 진흙에 긋고 나무와 돌에 새기던 글자는 금속으로 만들어져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고 천년이 지나 지구인들은 그것을 인류문화유산으로 함께 기리게 되었다.

책이 발견 되고 또 그 책이 만들어지던 터가 발굴된 것은 하나의 기적으로 부를 만하고 또 그토록 귀한 책과 활자가 모두 재가 되고 땅에 묻힐 정도로 우리 인간에게는 무심한 점도 있다는 것을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청주의 고인쇄박물관에는 그런 인류의 이야기가 정성껏 진열되어 있다. 방학을 맞아 멀리서 온 어린 학생들은 해설사 할아버지의 강의를 열심히 듣고 있었다. 훌륭한 홈페이지가 있지만 그 자리에 가보는 것이 더욱 좋을 것이다. 책을 사랑하는 어린이들이여!

 

나는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열심히 보았다. 체험관도 있는데 중국 서안의 碑林처럼 박물관 부근에 낙장이 된 고서를 다시 꿰매주는 그런 고서수리점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헌책방거리와 함께...

 

백운화상 직지심경 : 집에 돌아와 금속활자가 있었다는 그 ‘直旨’를 한 페이지 자세히 보았지만 한문을 읽을 수 없으니 안타깝다. 그 한 부분을 베껴서 열심히 읽어보았다.

 

大珠禪師因僧問 一體衆生皆有佛性如何 師云 作佛用時佛性 作賊用時賊性 作衆生用時衆生性 性無形相隨用立名 故經云 一切賢聖皆以無爲法而有差別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지만 우리가 맑은 눈으로 꽃을 보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그 꽃이 얼마인가? 또 그 꽃을 팔아서 돈을 벌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면 꽃이 보이지 않고 돈이 보일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남을 위하는 것[布施]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러나 남을 위한다고 표를 끌어 모으고 돈벌이에 눈이 어두우면 그 사람은 유권자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돈으로 본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글을 쓰는 사람 – 그 글을 예쁜 책으로 만들어 주고 싶은 匠人의 마음-그 모두는 사랑과 진심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활자의 영생이란 무엇인가? 인터넷이 살아있는 자들의 재잘거림이라면 활자는 죽은 자의 靈魂을 불러 孤獨을 달래는 祭儀라고 할 수 있다. 죽은 孔明이 산 仲達을 쫓는다는 故事가 있다면 우리는 孔子와 소크라테스에게 배우고 釋迦와 예수의 삶의 말씀을 살아서 對坐하며 傾聽할 수 있는 것이 활자다.

 

‘白雲和尙抄錄佛祖直旨心體要節’은 줄여서 ‘直指’라고 부른다. 다음 백과는 이렇게 설명한다.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 활자로 인쇄된 책이며, 백운화상 경한(景閑)이 선(禪)의 요체를 깨닫는 데에 필요한 내용을 뽑아 1377년에 펴낸 불교 서적이다.

元나라에서 받아온 《불조직지심체요절》의 내용을 대폭 늘려 상·하 2권으로 엮은 것이다. 중심주제인 직지심체(直指心體)는 사람이 마음을 바르게 가졌을 때 그 심성이 곧 부처님의 마음임을 깨닫게 된다는 뜻이다. 현존하는 것은 下卷 1책뿐인데, 1800년대 말 콜랭 드 플랑시 주한 프랑스 공사가 돈을 주고 사 갔으며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박병선 박사에 의해 전 세계에 남아 있는 금속 활자로 인쇄된 책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라 밝혀졌고, 1972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도서 박람회에 공개되었다. 2001년 9월 4일에 《승정원일기》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부활하는 활자 : 이 천년 유물의 박물관 2층에는 부활하는 활자 전시관이 있다. ‘청주시민은 모두가 작가’ -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부활하지 않는 과거와 맥이 끈긴 전통이 오늘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청주에서는 시민들이 자신의 글을 모아 책으로 엮는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남의 이야기만 듣고 살던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 돌이켜보고 더 나은 자신들만의 미래를 위해 연필을 깎고 생각을 가다듬고 원고지에 옮겨 활자의 힘을 빌려 종이에 먹물로 찍어 얄팍한 책으로 묶는 다는 것은 얼마나 뿌듯한 일인가? 詩와 수필, 역사와 여행, 小說, 自傳, 敎養 등등 ‘별신제가 있는 마을’, ‘세월의 이끼’, ‘철없는 엄마’, ‘나는 교도관’, ‘질경이꽃’, ‘홍시’, ‘단골이발사’, ‘나무를 닮아가다’, ‘벽 허물기’, ‘비 오는 날 산책’ 등등 제목만 보아도 친근한 이야기들이다. 이 책들이야말로 우리네 생생한 삶이요 역사요 또 미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미 7년째 매년 100권 정도의 책이 시민의 손으로 출판되었다고 한다. 10살짜리 소년에서 八旬까지 정확하게 783명의 작가가 탄생했으니 천권의 책이 나올 날도 멀지 않았다. 무엇보다 직지를 편찬하신 白雲和尙이 지하에서 박수를 치실 일이다. 이 한 권의 책은 우선 가족이 읽고 이웃이 읽고 시민들이 일어가면서 새로운 淸州를 만들어 갈 것이다.

 

‘나만의 소중한 책 만들기’는 청주 청원의 8군데 도서관과 이곳 직지 고인쇄박물관 2층의 민예총에 상설 전시된다고 하는데 그 책을 어디서 구입할 수 있는지 물어보지 못했다. 표지만이 아닌 속글을 한 권 사서 함께 호흡해보아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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