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맛집

白雪의 江 산막이 옛길 ‘산막이 그 집’에 가면...

양효성 2012. 3. 6. 20:02

 

白雪의 江 산막이 옛길 ‘산막이 그 집’에 가면...

 

막걸리에 빈대떡을 부쳐놓고 이런 옛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114와 핸드폰 : 47년 전이던가? 그 세월을 기억해내는 친구가 있었다. 그때 우리는 유학이랍시고 촌티를 못 벗은 인왕산 자락의 어느 학교에서 선후배 사이로 만났었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을 때 중학교에 갓 들어왔고 부모를 떠나 하숙방에서 사춘기를 보내면서 그는 무척 외로웠을 것이다. 하물며 문만 열면 商店이 있고 맑은 강물이 無心히 흐르고 너른 운동장의 국민학교와 겨울이면 따스한 햇살이 넘실거리는 대청마루와 공부방에는 과일과 따스한 茶의 薰氣가 아지랑이처럼 너울거리는 그런 고향의 포근한 집에서 게딱지를 엎어놓은 것 같은 어느 환관이 살던 하숙방의 그늘은 어린 그의 마음을 얼마나 을씨년스럽게 했을 것인가? 시골보다 좁고 더럽고 물자가 빈약하기 짝이 없는 이 궁벽한 서울의 시골에서 우리는 잠시 만나고 길게 헤어져 있었다. 그리고 국가의 발전이 선물한 114라는 안내시스템과 현대적 문명이 쥐어준 핸드폰이라는 기기의 힘을 빌려 그 세월의 벽을 넘은 음성을 실어 보낼 수 있었다.

‘나 거시기- 기억할 수 있겠는가?!’

‘.....음- ... 머시기 형?...형! 맞죠?!’

그렇게 해서 우리는 3월을 알리는 첫날 산막이 옛길을 걷게 되었다.

그때 그 소년이 여학생의 손을 잡는 다는 것은 내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아니 나이가 든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으니 평생 어머니 말고 다른 여인의 손을 잡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이 소년이 醫師가 되어 할머니[할머니라기에는 좀체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지만-]가 된 그 또한 병원을 개업하고 있는 醫師 아내의 손을 잡고 산막이 옛길 ‘산막이 그 집’ 앞에 나타났다.

 

산막이 옛길 : 우리는 옛길보다는 옛이야기가 더 그리워 멈칫 멈칫 ‘산막이 그 집’의 막걸리를 흠칫거렸지만 터벅터벅 우선 그 길을 먼저 걷기로 했다. 연리지를 지나 출렁다리를 건너고 연꽃이 져버린 웅덩이에서 흰 눈이 얼어붙은 강을 따라 비탈길을 걸었다. 茶馬古道를 연상시키는 이 벼랑길은 槐江[괴강]을 안고 실낱처럼 이어지고 그 괴강을 봄기운이 에워싸고 있었다. 바위틈을 비집어 뿌리를 내린 산수유와 매화는 벌써 봉오리에 물이 올랐고 바위굴에는 얼마 전까지 호랑이가 살았다는 글이 적혀있다. 함께 걷는 머시깽이와 부지깽이는 태어나 처음으로 먼 길을 걷는 것이다. 큰 녀석은 자꾸 더 가자고 조르지만 우리는 앉은뱅이 약수에 주저앉아 돌아갈 길을 걱정하고 老夫婦[?]는 끝까지 다녀오기로 한다.

 

“저- 이 藥水는 이 물 한 잔을 마시고 앉은뱅이가 일어나서 걸어갔다고 그런 이름이 붙었고, 또 이 오른쪽은 남탕이고 왼쪽은 여탕인디 여자가 남탕물을 마시면 그날 임신을 해요! 오! 저런 저 아주머니 오늘밤에 큰일났구먼... ”

한 무리의 산보객들이 왁자지껄 웃음소리를 봄바람에 싣고 지나간다. 아이들은 나무부스러기를 줍고 마른 풀을 헤치며 봄볕과 함께 논다. 白雪의 江 건너편 한반도지형이라 부르는 사과밭에는 줄지어 물오른 가지들이 봄을 기다리고 있다. 그 아래 얼어붙은 강에 한줌 얼음이 녹은 웅덩이에 네 마리의 철새들이 졸음에 겨워있다. 지금 저 강은 겨우내 얼어붙고 그 위에 다시 눈이 쌓여 白髮처럼 하얗게 소나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사람도 나이가 들면 저렇게 白髮이 되어 마음에 청춘을 품고 봄날을 기다리며 사는 것일까? 이 江岸의 소나무는 정말 아름답다. 이 마을 사람들은 鶴이 나른다고 飛鶴마을이라 부른다는데 나는 槐江松影...그런 글자를 마음에 새겼다.

 

지난겨울의 記憶

어느 그믐달에 얼어

江물은 白玉이 되었나?

 

흘러도 흐르지 않는 歲月

벼랑의 소나무만 푸르고...

 

한반도과수원의 사과밭은

봄꿈을 꾸었네

白髮의 江에

丁寧 봄이 오면

 

碧玉은 부스러져 푸른 물로 일렁이려니

솔이여!

그날에 너도 鶴처럼 나래를 펴서

일렁이며 - 일렁이며

鶴처럼

長袖舞를 추렴!

 

우리는 산막이 마을까지 다녀온 47년 친구를 기다려 산막이 옛길 ‘산막이 그 집’으로 되돌아왔다. 메뉴판을 올려다보며[메뉴는 집 천장에 큰 글씨로 걸려 있다]숨 돌릴 사이 없이-

‘야채빈대떡 하나 - 항아리막걸리 하나...’

이집은 대부분 5천원이 기준이니 모두 만원이다. 10$가 조금 안 되나?!

그리고는 @#$%^&*.....

‘올갱이 빈대떡 하나- 소주 하나 맥주 하나-’

이번에도 소맥인데 만원 쯤...

그리고 또 @#$%^&*.....

 

범죄자는 현장에 다시 나타난다. - 또 114와 핸드폰 :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나는 이 친구가 야자타임 이야기를 여러 번 해서 미리 은행에 다녀왔었는데 이튿날 잠을 깨고 보니 돈은 그대로 있고 집사람에게 생일선물이라고는 평생 처음 사준 지팡이가 없다. 이것은 돈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이럴 때는 추리소설을 쓰게 되는 것이다. 술이 깨어 가면서...옆 사람의 증언을 참고하면서...아무래도 잘 잃어버리는 사람은 또 그만큼 잘 찾아내기도 한다.

‘혹시나?’

이럴 때 ‘혹시나’가 사람을 잡는 법이지만... 어제 가져온 관광안내지도의 ‘진천군청-관광과-옛길담당자-그리고 ‘산막이 그 집’[이때까지 이 집의 이름은 몰랐다-그냥, 주차장 옆에 있는 똑 같은 식당 가운데 왼쪽...이런 식으로]...그런데, 군청직원이 친절하게 그 옆집 식당을 안내해 주고...또 그 옆집 주인은 ‘산막이 그 집’에게 물어서 다시 ‘그 집’에 가게 되었다.

‘예! 어떻게 생겼지요? 어디 앉으셨는데요? 있네요! 언제 오실래요?’

‘지금 가지요!! 한 두 시간...’

그 친절한 군청직원은 이름도 모른다. 어떻게 감사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말은 그의 ‘親切’과 ‘配慮’ 때문이다.

 

‘산막이 그 집’ 11시쯤- 그리고 봄비가 내린다. 그리고 이런 날은 어제 마신 술도 있겠다. ‘산막이 그 집’에서 또 한 잔 못다 한 술을 마실 수 있으니...

車를 몰고 청청남북도와 경기도가 만나는 바우덕이묘의 34번 국도를 타고 백곡저수지를 거쳐 초평저수지를 지나 ‘그 집’을 다시 찾았다.

‘야채빈대떡 하나 - 항아리막걸리 하나...’

몇 잔 마시고 나니 한가한 시간 얼마간 친숙해졌다. 올갱이 해장국을 시키고 나서 참나무 장작이 타고 있는 비닐하우스 식당을 둘러보면서

‘이집은 정말 대한민국건축상 후보구먼?! 누가 지었소?!’

‘무슨 건축상이요? 이집 아저씨가 지었지요...우리들이 도우미하고요...닷새씩이나...’

‘태양열 주택에 집안에 우물을 파고 장작을 지피고...문틈하나 어긋난 데가 없으니...’

‘그럼 자주 들르세요!’

‘오다보니 올갱이 마을이 있던데 여기 올갱이 맞나요?!’

‘그런데 사람들은 심심하다고 - 수입산이 더 맛있다고 그래요...’

‘元祖도 많고 친환경도 흔한 세상이어서 무안할까봐 서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데...’

요즘 사람들은 新鮮-純粹-野生-淡泊 등등 이런 입맛을 잃어버리고 산다.

‘이 산의 약초를 캐면 벌금이 2천만원이라는 팻말이 있던데...’

‘야채 빈대떡은 모두 이 동네에서 나오는 거지요...모두 친정어머니 손이 곱아 기른...’

‘사과밭이 정말 仙境이던데...그 집 주인은 재벌이로구먼...’

‘이 주머니가 그 집 주인이잖아요...’

‘산막이 그 집’ 그 앞집이 바로 금성농원의 사과를 파는 가게다.

‘아- 그래요?! 어제 우리도 두 보따리 사서 선물했는데...’

집사람이 그 사이 벌써 한보따리 또 사가지고 온 사과를 들어 보인다.

‘이게- 그 한반도 사과여?!’

‘한반도사과가 아니라 금성농원이지요...’

‘이제부터는 한반도사과지...꽃이 피면 정말 곱겠네요-’

‘봄에는 꽃-가을엔 단풍-여름엔 강바람 그리고 겨울이면...’

겨울이면...아직도 백발인 강이 떠오른다.

 

드라이빙 괴강 구산치 : 돌아오는 길에 괴산댐을 지나 오솔길을 따라 반대편에 산막이 옛길을 바라보는 경치는 정말 아름답다. 한반도사과밭으로 들어가는 私道에는 구산치라는 비석이 서 있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가면 피할 곳이 마땅치 않은 이 벼랑길은 모두 포장이 되어있는데 굽이진 길목에서 얼음강에 갇혀 있는 유람선이 보인다. 어제 아이들을 약 3Km된다는 옛길까지; 데리고 가서 우리는 배를 타고 되돌아올 생각이었는데 이 강은 아직 겨울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세월- 그 세월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일까? 지금 이 자리에서 내게 그리고 반세기만에 만난 옛 친구와의 사이에 계절이란 겨울인가? 봄인가? 괴강도 소나무도 대답이 없었다. 가랑비에 젖은 해는 대낮인데도 어둑하였다. 드라이브 길은 유람선에서 끝나고 또 한 곳의 仙境 ‘갈은구곡’으로 이어지는 막다른 길은 지금 공사중!

 

괴산군으로 들어와 시장을 둘러보고[이곳은 38시장인가? 그리고 토요시장이 이름이 나있다.] 내친 김에 화양구곡을 들렀다가 어둑하여 正二品 소나무에 경배하고 경희식당에서 저녁을 하고 돌아왔다.

 

 

산막이 그 집 명함에는 이런 전화번호가 있다. 아직 전화는 안 해봤지만...

예약문의

女1 : 010-4120-5484

女2 : 010-8909-7696

女3 : 010-6805-5060

 

금성농원[一名 한반도사과농원]판매장

 

이 두 집 모두 주차장 옆 산막이 옛길 입구에 있다.

 

금성농원 :

충북 괴산군 칠성면 산막이옛길20-4호

그런데 이 주소로 찾아가려면 미리 전화를 해야 할 것이다. 私道의 출입문을 열어야만 하니까! 이 전화 : 010-2433-0829로 사과주문도 받는데 알이 굵은 것보다 잔 것이 더 맛있다는 사람도 있다.

 

친절한 괴산군청 : 043-830-3452

산막이옛길 비학봉마을 : 043-832-3527

 

 

백발의 강에 어린 산막이 옛길 소나무

 

연리지

 

과강은 지금  雨水가 지났는데도 벽옥의 얼음강

 

매바위의 파란 봄 하늘l

 

태어나 처음 먼길을 걷는 부지깽이 머시깽이

 

앉은뱅이 약수터에 주저 앉아 바라보는 괴산의 풍경은 마치 참선을 하는 자연을 닮았다.

 

먼길을 다녀온 노부부

 

한반도 사과밭을 안고 도는 槐江

 

 

 

그집에서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다가 졸다가 그 집 앞의 어린이 동물원에 가서 놀다가... '국수'를 먹었던가?

 

친환경건축물- 산막이 그집

 

비닐하우스에 참나무장작이 타는 난로의 연통이 신기하다

 

올갱이 빈대떡에 항아리막걸리 한잔!

 

앞이 사과농원 주인- 뒤가 '산막이 그집' 女1(?) 女2는 난로 뒤로 숨었다.

 

앉은뱅이 약수에서 바라보이는 금성농원의 옛길사과는 여기서 살 수 있다.

 

우리 손으로 처음 지었다는  괴산수력발전소 - 그 물은 얼지 않고 얼음속으로 흘러 전기를 만들고 있다.

 

구진치 유래비

 

그 비석에서 바라본 槐江松影의 절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