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교 꼬막정식 - 情겨운 ‘제일회관’
벌교의 꼬막정식이 유행이다. 이런 음식은 처음 들어보았다. 정식하면 으레 밥상 가운데 신선로가 보글보글하고 전을 붙이고 갖은 야채가 곁들여지는 다리가 부러지는 자개상이 연상되는데 그 상에 오르기도 어려운 꼬막이 한 가운데 떡 버티고 나온다니 ‘庶民의 蹶起’인가? 아무튼 꼬막이 제왕이 된 그런 밥상이 벌교에는 있다.
꼬막은 돌조개과에 딸린 바다에서 사는 조개다. 부채꼴의 몸체는 세로 5 cm, 가로 3.5 cm쯤으로 부챗살 모양의 골이 18개 정도라는 것이 백과사전의 설명이니 꽤 자세히 관찰한 것이다.
9~10월에 산란하며 모래, 진흙 속에 사는데 아시아 연안의 개흙 바닥에 많다고 한다. 이 난다. 살은 부드러워 혀에 미끄러지고 피처럼 즙이 흐르면서 짭쪼롬한 갯내음이 입맛을 돋운다. 통조림도 있고 또 말려서 먹기도 한단다. 는다. 한국에서는 꼬막을 삶아서 양념에 무쳐먹는데, 쫄깃한 맛이 특징으로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의 특산물로 이 부근에 기념관이 있는 조정래의 ‘태백산맥’에도 등장한다고 한다.
율포의 다비치해수탕에서 아침목욕을 하다가 동네분에게 ‘제일회관’이라는 꼬막정식 집을 소개받았다. 네비게이션에 ‘벌교초등학교’를 치고 보리가 싹을 틔운 득량만을 지나니 바로 벌교다.
‘6년 전 우리집이 맨 처음 꼬막으로 밥상을 차렸는디...’
초등학교길 주변에는 꼬막집이 줄을 이었는데 남도노래방 옆 ‘제일회관’문을 밀고 들어서자 수원의 수녀원에 보낼 고추장을 젓고 있는 주인은 봄바람처럼 밝게 웃는다.
일행이 넷이어서 꼬막정식 3인분에 짱뚱어탕을 한 그릇 시켰다. 모두 5만원이 안 된다. ... 우선 한 접시 삶은 꼬막이 꼬막펜치[꼬막을 까는 이 가위처럼 생긴 펜치는 정말 특허를 받을 만하다.]와 함께 나온다. 아무 양념을 하지 않은 꼬막을 까서 씹는 맛은 입가심으로 그만이다. 이어서 이번에는 달걀로 붙인 꼬막이 또 달랑 한 접시 나오는데 즉석에서 부친 것이다. 그 다음에 강을 차리는데 된장국을 끓여 놓고 꼬막무침이 한 가운데 자리 잡는다. 둘레에 돌게장, 콩, 깻잎절임, 명치와 한치 젓갈 그리고 매실장아찌가 맛이 있고 또 미나리무침이 봄을 알린다.
요즘 전라도는 음식남기지 않기가 한창이다. 접시를 비우면 더 먹을 수 있지만 모두 알맞다.
한 그릇 시킨 짱뚱어탕은 산초를 넣어 향긋하게 하면 바다추어탕이라고할까? 속을 풀기에는 그만이다.
환갑을 넘기고 이곳에 50년 가까이 살아온 여주인은 여유가 있다. 장독의 된장이나 고추장 매실장아찌와 꼬막도 여기서 사갈 수 있다. 음식은 역시 제철 제자리에서 먹는 맛이 좋다. 거기 남도의 봄바람을 먼저 즐겼으면 10분남짓의 낙안읍성이나 선암사를 산책하는 것도 여유가 아니겠는가?
벌교는 보상에서 순천으로 가는 중심이고 또 고흥에서 올라오는 정자로에 있다. 이 동네가 교통의 요지인 것인데, 벌교에서 주먹자랑을 하면 왜 안 되느냐고 물으면 답은 간단하다.
‘ (얻어) 마징께(맞으니까)!’
옛날 어느 주모는 무조건 막걸리 한 사발을 나그네에게 대접했다.
막걸리 한 사발에 느긋해진 길손은 국밥보다는 수육으로 그리고 느긋해지면 하루 머물다가 길을 떠났다. 이튿날 아침까지 하고서...막걸리 한 사발에 국밥 한 그릇이 하룻밤의 숙박과 두 끼의 이윤을 창출한 것이다. 그보다 누구에게나 물 한 사발을 대접하는 것은 예의였는데 이집의 겨우살이풀을 삶은 茶맛은 언 손을 녹게 한다.
주인은 신영철 정금자
전화 : 061-857-1672
휴대전화 : 010-2258-1672 / 010-2641-8557
전남 보성군 벌교읍-리 625-33번지
수녀원에 보낼 고추장을 젓다가 뜨게질로 한가한 주인 정금자씨
예순을 넘기고 칠순을 바라보면서도 건강한 것은 꼬막탓인가?
급한김에 먹고 보니 사진을 놓쳐다. 꼬막 한 개와 전 한 점!
그 옆에 꼬막펜치가 보인다.
꼬막무침을 가운데 놓고 둘러있는 반찬들은 모두 토속과 계절의 맛이 들어있다.
오른쪽 맨 아래가 짱뚱어탕이고 노란 주전자가 따스한 겨우살이풀!
맨 처음 꼬막을 주제로 밥상을 차린 정금자여사는 이제 유명인사-
보성군의 鄕約10條 - 친절- 어른 공경-양보하는 사회...
제일회관 - 문앞에 장독이 늘어서 있다
.
제일회관 앞길은 포장이 잘되어 깔끔하다.
벌교의 골목길을 걷는 것도 옛생각을 되살리고...
태백산맥의 무대였던 벌교
산비탈엔 옛집들이 보인다.
벌교초등학교의 역사를 말하는 늘푸른나무
율포 다비치콘도의 5층 침실에서는 득량만이 잡힐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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