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재발견

머시깽이의 그림

양효성 2011. 1. 16. 00:24

 

                머시깽이의 그림

 

 

  오늘은 머시깽이가 매직펜으로 그림을 그린다.

시골로 집을 옮기면 머시깽이에게 방아개비도 보여주고 민들레 꽃씨도 불고 밤하늘의 별도 보여주고 싶다. 흙을 밟고 만지며 그 작은 집을 ‘책 읽는 시골’로 가꾸고 싶다.

 

  그런데 머시깽이는 매직펜을 곳추 세우고 방바닥을 콕콕 찍는다. 그러면서 흥얼흥얼 콧노래까지 부른다.

 

-   저건 나쁜 버릇이야! 도시생활을 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인 걸까? 아마 마음에 안 드는 걸 분풀이하는 건 아닐까? 왜 책상에 연필을 콕콕 찌르는 애들도 있잖아...욕구불만으로...그래 저 마구잡이로 그린 비뚜렂ㄴ 동그라미는 또 뭐야?! 저 이상한 가면을 닮은 무표정한 얼굴하고...그 옆에 막 점을 찍고 있잖아?! 저 고운 얼굴에 평화로운 표정으로 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참다가 못 해 ‘그건 뭐지-?’ 부드럽게 묻는다.

  ‘응 이건 달팽이야- 눈도 커- 꼬리도 길어- 하늘까지 닿아- 이건 별이야! 별까지 꼬리가 닿아! 별이 많아! 아주 많아!’

 

  할아버지는 안심을 한다. 읽던 책을 잠시 덮고 고개를 갸웃하며 열심히 별밭을 헤맨다. 달팽이의 눈을 본다. 아무래도 멍청한 假面을 닮은 달팽이를 본다. 달팽이의 꼬리를 찾아본다. 달팽이를 닮은 눈이 큰 소녀를 끼워 넣고 꼬리가 긴 닭도 생각해본다.

이번에는 새 종이에 치마를 입은 펭귄을 그린다고 한다.

 

  저 나이에 나는 무엇을 생각했을까? 머시깽이는 네 살이다. 그때 나는 아마 625로 피난길에 있었을 것이다. 기억이 나는 것은 낯 선 마을 낯 선 아이들을 마루에서 바라보던 것...그때의 노트가 남아있기는 한데 다섯 살 때 12345678... 연필로 쓴 숫자가 흐릿하다.

 

  머시깽이는 세 살 때 할아버지집에 오면서 어린이집에서 그린 도화지를 접어서 꼭 쥐고 있었다.

‘이거 내가 그린 그림이야! 할아버지 보여드리려구 -’

집까지 오는 한 시간을 꼭 쥐고 있던 도화지에서 온기가 느껴졌었다. 그 그림을 벽에 붙여 놓았더니 그 다음번에...

‘왜 저 그림이 벽에 붙어있지?!’

‘응! 저 그림을 보면 머시깽이 생각이 나거든-’

머시깽이는 흡족한 표정이었다. 그 그림은 어느 추상화가가 화폭 가득히 선을 그어놓은 것과 닮았다. 아이는 나비를 그렸다고 하는데...

 

  지난 가을 새[鳥類]전시회에 갔을 때 머시깽이는 솟대를 그리는 아이들 옆에서 또 색칠을 했었다. 그 추상화는 무엇일까?

‘응! 이건 무지개야- 내가 제일 잘 그린거야-’

그 그림도 벽에 붙어 있다. 칸딘스키와 샤갈과 스필버그의 ET도 생각해 본다. 장욱진의 그림도 떠올려 본다. 박수근의 그림과 김환기의 달도 생각해 본다. 할아버지가 무엇인가 規定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본다. 그저 지켜볼 뿐이다. 이 아이가 화가가 된다고 생각하면 될 수 있는 것이니까 - 지금은 그냥 종이를 달라고 하고 제가 스스로 그리고 싶다고 내방을 찾아왔으니까-내일은 머시깽이 엄마의 생일이다. 내일 갈 것도 아닌 이삿짐을 꾸리는 일을 잠시 쉬면되니까...-<*>

 

 

잠에서 깨어 제가 그리고 싶을 때 할아버지의 방에 와서는

 

<달팽이와 별바다 1>

 

<달팽이와 별바다 2>

 

<치마를 입은 펭귄>

 

제 작품앞에서...

 

작은 전시회에 머시깽이는 자부심을 갖는다.

 

<달팽이와 별바다 3>

 

부지깽이는 아직 그림을 못 그린다

 

누나가 그림을 그릴 때 전화를 걸고...

 

또 한께 논다.

 

외할아버지는 이 나이에 무엇을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