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맛집

차이나타운 오복장[五福莊]

양효성 2010. 3. 24. 00:31

 

              차이나타운 오복장[五福莊]

 

새 옷 입은 차이나타운 : 100년이란 짧은 기간이 아니다. 개화기에 한국에 들어온 淸國人들이 자리 잡은 인천 차이나타운은 지난 10년간 한중교류에 힘입어 중국음식점 말고도 기념품 가게 등 이제 볼만한 이국풍정을 자아내고 있다. 그 사이 패루가 서고 화교학교 담벽에 타일로 삼국지벽화를 만들고 한중문화관이 세워지면서 주말에는 서울뿐 아니라 전국의 관광객들로 붐빈다. TV나 신문에 이곳의 맛집이 소개되고 소문은 꼬리를 이어 이제 여기서 자장면을 맛보지 않으면 대화에 끼기도 민망할 지경이 되었다. 인천에 사는 나도 이제는 가슴을 펴고 친구들을 이곳으로 안내한다. 五福莊은 한중문화관 뒤 중국어체험마을 앞 그리고 연륜이 오랜 카토릭교회옆에 마련한 중국정원과 이웃하고 있다. 자장면의 원조라는 공화춘 舊址(구지)와도 가깝다.

 

 

 

 

 

차이나타운의 새로운 상징 한중문화관 - 바로 이 뒤에 오복장이 있다.

 

 

단골집과 顧客(고객) : 요즘 오복장을 자주 찾게 된 것은 안주인의 인사 때문이다. 厚德(후덕)하게 생긴 안주인은 한번 간 손님을 잘도 기억한다. 중국인들의 5천년 장사 이력은 유태인의 금융과 함께 세계를 주물러대는 두 개의 손이라고들 한다. 그들에게 서구적 예약문화는 익숙해 보이지 않지만 속내는 다르다. 처음엔 무뚝뚝하지만 한번 가고 두 번 가면 주인은 손님의 주머니 사정과 주량과 밥통의 크기와 입맛을 정확하게 기억한다. 그리고 하나씩 서비스가 늘어 간다. 인사 - 좋은 자리- 밑반찬 그러다가 술 한 병 그리고 

접시가 하나 추가되기도 하고 잔돈을 잘라내기도 하고 더 이상 음식 낭비하지 말라고 코스를 조언하기도 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지만 음식도 자리가 편한 연후에 맛이 생기는 것은 눈칫밥을 먹어본 사람이면 누구나 안다.

 

이 집은 매우 안정감이 있다. 1층은 홀이고 2층은 칸막이가 있는데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담소하기 알맞은 집이다. 작년 말에 한중문화관에서 전시회를 하면서 송년회 겸 이 2층에서 친구들과 오붓하게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바깥양반이 주방을 맡고 있는데 SBS에서 맛대결을 벌렸다고 한다. 종업원들도 매우 신중하게 손님을 접대하고 예절 바르다.

겨울철 한가한 점심때엔 1층에서 굴짬뽕을 먹는다. 자장면을 먹으면 먹었지 짬뽕은 즐겨하지 않는데 이집에서 짬뽕맛을 익혔다.

 

 

 

 

이 집은 매우 안정감이 있다. - 입구의 작은 칠판에 굴짬뽕을 선전하고 있다.

 

 

서민의 자장면은 이런 편안한 집에서 제 맛이다. 중국은 광동 사천 등 4대요리가 지방마다 다 다른데 요즘 한국의 자장면 간판이 중국에서도 흔하다. 중국본토에 역수출된 자장면으로 차이나타운의 중국요리는 이제 중국의 5대요리로 추가될지도 모른다.

 

炸(작) - 폭발하듯 센 불로 튀긴다는 말은 중국어 병음부호로 [zhà]고, 또 ‘짜’라고 발음되는데 왜 자장면인지 나는 아직도 모르고 있다. 그리고 좀 ‘짠 맛’이 있어야 짜장면 아닌가? 점심을 먹고 이제 차이나타운식후경을 한다면 一石二鳥(일석이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