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 미술관에서...

박물관만큼 비싼 책이나 교재는 없다

양효성 2009. 2. 8. 15:13

     박물관만큼 비싼 책이나 교재는 없다

 

  박물관과 교육을 생각할 때 나는 학생들에게 종종 이런 말을 한다. 이 한 개의 도자기에는 값이 없다.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이 도자기를 볼 때는 그 값을 지불한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역사를 모으고 체계를 세우고 지켜주는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사실 박물관은 좁게는 한 나라의 문화의 총체이겠지만 넓게는 그 나라 국력과 정신의 총체일 것이다. 중국이 역사 박물관 하나로 세계에 우뚝 설 수 있는 것은 그 곳에 있는 진열품 모두가 그 민족에 의해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혹여 租貢이나 膳物이 끼여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그 땅에서 이루어졌고 황제의 손때가 묻었다는 점에서 루부르와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의 戰利(?) 掠奪(?) 盜掘(?)의 잡동사니와 다르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무튼 어떤 부자나 어떤 강대국이 한 이름 없는 나라의 박물관을 살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요. 또한 그 나라민족을 떠나는 순간 그 가치가 상실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60만년의 역사와 광대한 국토와 天壤의 문화를 간직한 중국역사박물관에 이르러서야...여기서는 입장료를 따질 일은 아니다. 모두가 경건하게 시간과 공간이 압축된 인간의 삶의 총체를 觀照하는 自我로써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집안 찬장에 놓인 간장종지 하나의 가치를 되살려 간직한 채 그 계단을 거꾸로 내려와야 할 것이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그릇을 깨버리면 그것은 온 세상을 깨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진열장밖에 전시하는 것은 유리창의 칸막이를 떠나 좀 더 친밀하게 눈빛으로 과거와 만나게 하려는 박물관의 배려일 것이다.

數百 兆元(위엔)의 가치일 그 박물관에 30元의 관람료를 내고 줄지어 들어선다.

그런데 그 도자기를 손으로 만진다면... 그러다가!!!...

생각도 하기 싫은 일이 벌어진다면....나는 학생들을 인솔하다가(내가 제일 싫어하는 단어이지만) 이런 학생을 제지하고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무서운 눈빛을 보내며 가로막아 제지하고 감싸안고 난 뒤 미안한 마음으로 나보다 더 놀란(?)전시품을 돌아보고 감시원을 둘러보고 서둘러 박물관을 나선다.

계단에 제비처럼 나란히 앉은 학생들에게 차를 사오게 한 뒤 나는 딴전을 피운다.

‘걔는 그것이 얼마나 신기했겠나...意識 이전에 조물주가 준 신비한 靈魂이 그를 이끌었을 거야...’

이번에는 惡魔가 나를 꼬드긴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가자는 곳이 아니면 가질 말아야지...’

 

  겉과 속이 다른 표정으로 학생들을 재우고 잠자리에 든다. 첫 새벽도 아닌데 꿈은 나를 깨운다. 벽돌을 든 사내가 바티칸 성당의 피에타 상으로 돌진한다.

‘맙소사!! 아악! 그릇을 깨야만 도가니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

내 목소리에 놀라 깨어 긴 담배 연기를 피워 만들 때 보안등 불빛에 낮에 사온 박물관 畵集의 그 그릇은 발굴당시 무덤 속의 그 모습처럼 은은히 빛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