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가 처음 발표된 것이 (1929. 5)월의 [문예공론] 창간호였다면 어언 90년세월이 흘렀다고 해야 할까?! 36년 강점기와 3년간의 해방공간, 남쪽만의 정부수립 또 3년간의 內戰civil war... 그리고 지금은 몇 번 째 공화국인가?!
아무튼 우리 이웃에는 일본이 있고...1992년인가? 수교한 중국이 있고...또 아무도 못가는 북한이라는 장벽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사이 유럽대전이 2차에 걸쳐 있었는데 그 동맹국이던 이탈리아와 독일은 그 페널티로 분단된 동서의 독일이 하나가 되고 원수이던 연합군과 국교를 트고 나아가 EU를 통해서 이제 한 몸뚱이가 되어가고 있다...
한편 5천년의 역사가 있다고 하고 올림픽이나 경제나 GDP나 세계의 10원권에 든다는 우리는 어떤가?! 암튼 1929년에 세계적 석학으로 자타가 인정한 무애선생은 당시의 심사를 이렇게 읊조리고 있다.
조선의 脈搏(맥박)
梁柱東
한밤에 불 꺼진 재와 같이
나의 정렬이 두 눈을 감고 잠잠할 때에,
나는 조선의 힘 없는 脈搏을 짚어 보노라.
나는 임의 毛細管, 그의 脈搏이로다.
이윽고 새벽이 되어 환한 동녘 하늘 밑에서
나의 희망과 용기가 두 팔을 뽐낼 때면,
나는 조선의 甦生된 긴 한숨을 듣노라.
나는 임의 氣管이요, 그의 숨결이로다.
그러나 보라, 이른 아침 길가에 오가는
튼튼한 젊은이들, 어린 학생들, 그들의
공 던지는 날랜 손발, 책보 낀 여생도의 힘있는 두 팔
그들의 빛나는 얼굴, 활기 있는 걸음걸이
아아, 이야말로 참으로 조선의 산 맥박이 아닌가.
무럭무럭 자라나는 갓난아이의 귀여운 두 볼.
젖 달라 외오치는 그들의 우렁찬 울음.
적으나마 힘찬, 무엇을 잡으려는 그들의 손아귀.
해죽해죽 웃는 입술, 기쁨에 넘치는 또렷한 눈동자-
아아, 조선의 大動脈, 조선의 肺는, 아가야 너에게만 잇도다.
1926년 6월 10일이 610만세운동이었고, 광주학생운동이 1929년11월3일이라면 이 詩는 광주학생운동 약 5개월 전에 발표된 것이다. 그리고 이 시는 중등과정 조선어학과의 보습과 작문의 문범으로 발행된 『文藝讀本』에 실려있다. 요즘 국어교과서에 해당하는 이 책은 이윤재선생이 주관하여 1931년 5월5일 초판을 발행한 뒤 1936까지 3판이 인쇄되었는데 아래 사진은 1936년 3월16일 版이다.
그리 멀지 않은 옛날...신라에 밀린 가야는 큐슈에 鐵을 전해 주었다. 백제는 선진 문화를 이식했고 7세기에는 한반도의 세력이 ‘나라(奈良)’의 신천지에 ‘해뜨는 나라’를 건설했는데, 그들은 임진전쟁으로 간또(關東)에 새로운 서울을 세우고 봉건영주를 모두 묶어 하나의 제국으로 우뚝 섰다. 20세기를 바라보며 입헌천황국이 된 일본은 지금도 무늬만 민주주의인 神道主義 天皇制國家의 느낌을 준다. 마치 祭禮(마쯔리)를 행하듯 권력자를 절대 信奉하는그런 국민들...'일본의 맥박'을 짚어보면 말이다.
1903年生인 동방의 천재 양주동은 이 시를 쓸 당시 서른이 안 된 청년이었고, 1936년 문예독본의 저자 소개에는 현재 황해도장연군에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보라, 이른 아침 길가에 오가는
튼튼한 젊은이들, 어린 학생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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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빛나는 얼굴, 활기 있는 걸음걸이
아아, 이야말로 참으로 조선의 산 脈搏이 아닌가.
无涯 梁柱東은 이 젊은이들에게서 희망을 보았다.
21세기 지금 일본은 여전히 1억2천의 인구에 세계 2-3위의 경제규모를 유지하면서 독도와 센카쿠열도와 위안부문제로 말썽을 일으키며 자위대를 키우고 있다. 하기야 잊지 말아야할 것은 미국과 태평양에서 전쟁을 치렀고 그들은 유일하게 원자핵을 경험한 국민들이기도 하다는 것...
그러니 无涯는 갔지만 우리도 다시 한 번 보자...
2020년 장마가 시작되는 여름에...
한국의 젊은이들의 ‘산 脈搏’과 그 맥박을 바라보는 늙은이들의 눈빛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