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이상교 아줌마 놀러오세요 [오동촌가는길15]

양효성 2012. 2. 8. 23:29

 

        이상교 아줌마 놀러오세요 [오동촌가는길15]

 

 

                                         머시깽이의 독서일기

 

할아버지 집에 와보니 아줌마가 책을 보내주셨네요!

저와 부지깽이의 이름을 써 주셨네요...

‘머시깽이는 작가가 사인해서 책을 보내주셨으니 정말 좋겠다.’

할머니는 어렸을 때 윤석중 선생님이나 방정환 선생님의 동화책도 빌려서 보셨대요. 저는 지금 왜 할머니가 그렇게 부러워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이거- 정말 제 책이 맞나요?!’

저녁이면 그 책을 머리맡에 품고 자곤 했어요. 제 생일은 3월28일이예요...할아버지께서 제 그림들을 모아 이번 생일날 ‘머시깽이의 여섯 살 그림전시회’를 열어 주신대요. 우리 집 벽에다 붙이시고 관람객은 저와 할머니 할아버지와 부지깽이와 엄마 아빠...그렇게 여섯 명이 될 것 같아요. 그날 아줌마도 오셨으면 해요. 아줌마는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동화작가이시고 또 화가라고 들었어요.

 

어제는 부지깽이와 마늘을 벗겼어요. 마늘은 매워요. 부지깽이도 물끄러미 보다가 따라서 10개를 벗겼어요. 그래서 아침에 손톱이 아팠어요. 아침에 소파에 앉으면 제 등 뒤에서 해가 떠요. 책을 읽기 좋은 시간이지요. 지난여름 위례초등학교병설유치원에 다니면서 한글을 읽혔어요. 이제는 글을 읽을 수 있어요. 부지깽이는 글을 모르는데 ‘곤충이야기’를 펼치면 이름을 모두 알아맞혀요. 너무 이상하죠?!

‘머시깽이는 엄마보다 식물 이름을 더 많이 아는구나!’

할머니가 가르쳐 주셨거든요. 아빠가 너무 신기해하시는데 저는 더 많이 알고 싶어요. 이 봄에는 할머니가 고사리 캐는 곳에 데려가신댔어요. 우리 마을에는 멧돼지가 돌아다닌대요. 부지깽이는 멧돼지 이야기만 들으면 울다가도 그쳐요. 이곳에는 눈이 오다가 파란 하늘이 보이다가 그래요. 햇빛이 나면 곧 눈이 녹곤 하지요.

 

냉이가 싹을 틔우면 아줌마가 오실 거라고 할아버지가 말씀하셨어요. 그러면 냉이와 민들레와 두릅과 또 쑥이랑 모두 제가 가르쳐드릴게요. 할아버지가 장난으로 쓰신 ‘콩나물’이라는 詩를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할아버지가 ‘콩나물 2’를 쓰셨어요. 한 번 읽어 보세요. 오시면 ‘콩나물 3’도 쓰신다고 했어요. 꼭! 꼬옥- 오세요. 저는 부끄러움이 많답니다.

그럼 그때까지 안녕히 계세요.

 

    콩나물 2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너는 언제 자랐더냐...

 

흙을 디디지도 않고

햇빛도 없는 暗黑

너는 어떻게 자랐더냐?

 

하얀 물만 마시고

오직 어미가 품었던

무지개의 노란색

 

노랑모자를 쓰고

 

水精처럼 자란

고드름처럼 자란

너를...

드려다 보고 또 드려다 보고

 

창밖엔 소리없이 눈이 내리는데

네 숨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데...

 

 

 

    

저는 이 이야기가 너무 슬퍼요...

아빠가 돌아가시면 않 되는데-

 

 

부지깽이는 제가 하는 것은 모두 따라해요-

 

매울텐데-그래도 두 살짜리 손끝이 맵네요.

 

 

아침 해는 이미 뜨고 할머니는 밥을 지으시고...

 

부지깽이는 아직 이불속에 -

 

꿈을 꾸는데-

 

우리집은 어떻게 생겼을까? 가운데 있는집?!

 

저는 부지깽이한테 이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요...

 

제 콩나물 사진은 벌써 보셨지요?!

 

창밖엔 이렇게 눈이 내리곤 해요...안녕히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