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교 아줌마 놀러오세요 [오동촌가는길15]
머시깽이의 독서일기
할아버지 집에 와보니 아줌마가 책을 보내주셨네요!
저와 부지깽이의 이름을 써 주셨네요...
‘머시깽이는 작가가 사인해서 책을 보내주셨으니 정말 좋겠다.’
할머니는 어렸을 때 윤석중 선생님이나 방정환 선생님의 동화책도 빌려서 보셨대요. 저는 지금 왜 할머니가 그렇게 부러워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이거- 정말 제 책이 맞나요?!’
저녁이면 그 책을 머리맡에 품고 자곤 했어요. 제 생일은 3월28일이예요...할아버지께서 제 그림들을 모아 이번 생일날 ‘머시깽이의 여섯 살 그림전시회’를 열어 주신대요. 우리 집 벽에다 붙이시고 관람객은 저와 할머니 할아버지와 부지깽이와 엄마 아빠...그렇게 여섯 명이 될 것 같아요. 그날 아줌마도 오셨으면 해요. 아줌마는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동화작가이시고 또 화가라고 들었어요.
어제는 부지깽이와 마늘을 벗겼어요. 마늘은 매워요. 부지깽이도 물끄러미 보다가 따라서 10개를 벗겼어요. 그래서 아침에 손톱이 아팠어요. 아침에 소파에 앉으면 제 등 뒤에서 해가 떠요. 책을 읽기 좋은 시간이지요. 지난여름 위례초등학교병설유치원에 다니면서 한글을 읽혔어요. 이제는 글을 읽을 수 있어요. 부지깽이는 글을 모르는데 ‘곤충이야기’를 펼치면 이름을 모두 알아맞혀요. 너무 이상하죠?!
‘머시깽이는 엄마보다 식물 이름을 더 많이 아는구나!’
할머니가 가르쳐 주셨거든요. 아빠가 너무 신기해하시는데 저는 더 많이 알고 싶어요. 이 봄에는 할머니가 고사리 캐는 곳에 데려가신댔어요. 우리 마을에는 멧돼지가 돌아다닌대요. 부지깽이는 멧돼지 이야기만 들으면 울다가도 그쳐요. 이곳에는 눈이 오다가 파란 하늘이 보이다가 그래요. 햇빛이 나면 곧 눈이 녹곤 하지요.
냉이가 싹을 틔우면 아줌마가 오실 거라고 할아버지가 말씀하셨어요. 그러면 냉이와 민들레와 두릅과 또 쑥이랑 모두 제가 가르쳐드릴게요. 할아버지가 장난으로 쓰신 ‘콩나물’이라는 詩를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할아버지가 ‘콩나물 2’를 쓰셨어요. 한 번 읽어 보세요. 오시면 ‘콩나물 3’도 쓰신다고 했어요. 꼭! 꼬옥- 오세요. 저는 부끄러움이 많답니다.
그럼 그때까지 안녕히 계세요.
콩나물 2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너는 언제 자랐더냐...
흙을 디디지도 않고
햇빛도 없는 暗黑
너는 어떻게 자랐더냐?
하얀 물만 마시고
오직 어미가 품었던
무지개의 노란색
그
노랑모자를 쓰고
水精처럼 자란
고드름처럼 자란
너를...
드려다 보고 또 드려다 보고
창밖엔 소리없이 눈이 내리는데
네 숨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데...
저는 이 이야기가 너무 슬퍼요...
아빠가 돌아가시면 않 되는데-
부지깽이는 제가 하는 것은 모두 따라해요-
매울텐데-그래도 두 살짜리 손끝이 맵네요.
아침 해는 이미 뜨고 할머니는 밥을 지으시고...
부지깽이는 아직 이불속에 -
꿈을 꾸는데-
우리집은 어떻게 생겼을까? 가운데 있는집?!
저는 부지깽이한테 이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요...
제 콩나물 사진은 벌써 보셨지요?!
창밖엔 이렇게 눈이 내리곤 해요...안녕히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