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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인

양효성 2009. 2. 8. 15:12

아름다운 여인

 

美色에 취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감미로운 목소리만으로 누구나 자신의 歌手를 갖고 있지 않은가? 체취의 향기와 부드러운 손길과 촉촉한 입술...인간의 생명 五官은 살아있다면 色聲香味觸의 사랑에서 한 순간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고목이 꽃을 피울 때 한 장의 책장을 넘기며 밤을 세고 있을 때 우리는 그 글자에서 무엇을 찾고 있는가? 미지의 벗-그 필자는 필경 이 세상 사람이 아니거나 活字緣으로만 맺어진 그 따뜻한 손을 맞잡아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孤獨이 靈魂을 불러 마주하는 招魂祭를 치르는 경건한 儀式-그것이 독서인지도 모른다.

르노아르의 독서하는 소녀를 루부르인지 오르사이인지에서 처음 보았을 때 一感은 매우 作爲的인 격식을 갖춘 엄격함 그러면서 독서에 心醉한다기 보다는 소녀의 청순함이 그 모든 억지를 純化시키는 그런 느낌이었다. 오히려 眩亂한 붓질로 묘사된 소녀의 아름다움을 형식의 인내로 捕捉했다고나 할까? 그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원화를 보았다는 感動보다는 뤽상보어 공원의 벤치-노트르담 세느강변의 露店-지하철-아우스트레리츠 역 등 어디서고 책을 읽고 있는 빠리지엔느-파리의 생활 현장에서 그림을 보았다는 것이 더 印象派的(?)이었다고나 할까?

잠 못 이루는 북경의 객창에서 황사로 흐릿해진 불빛을 바라보면서 아름다운 여인은 누구일까? 부질없이 생각해 본 때가 있었다. 그것은 招魂의 의식으로 불러온 그리고 현실에 형상화한 兩者의 만남으로 이루어진 그런 사람이 아닐까?

현실에서는 그 여인이 항상 초혼의 의식으로 불러온 그런 각본대로 연기해주지 않았다. 그 여인은 항상 자기만의 연기나 飜案을 즐겼다. 이런 밤 回轉椅子를 돌려 앉아 -원본을 고치거나 그 여인의 번안을 지워버리면 그 여인은 추억의 사진틀 속에서 나와 잠시 말없이 마주 앉는 것이다. 그 여인의 젖은 눈과 체온은 내 體液속에 스며 따뜻해지고 내 숨결은 평화롭다.

날이 밝아도 이제 그 여인은 나와 함께 산책하고 식탁에 마주 앉고 함께 맥주를 마신다. 벤치에 앉아 익어가는 석류에 발갛게 媚笑짓고 미풍에 뒤채이는 자작나무의 잎을 헤아리고 그 잎사귀만큼 울어대는 매미소리를 사랑한다. 이제 곧 西風에 낙엽이 될 겨울을 안쓰러워 하고 새봄을 그려보기도 한다. 櫓를 저을 필요도 없이 바람에 맡겨 天涯의 일각에 떠 있는 그대로 一帆順風-나는 평화롭다.

記憶할 수만 있다면 - 기억하게 하는 여인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그 여인은 이미 아름답다.

가고 싶은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인생이 희망이라는 것과 마찬가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