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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그린야드호텔-멕시코문물전시관

양효성 2010. 2. 26. 23:00

 

오색그린야드호텔-멕시코문물전시관

 

이 호텔은 수없이 지나치며 머물지 않은 곳 가운데 하나였다. 예약은 인터넷으로-체크인은 오후 5시! 구정과 보름 사이 아주 알맞은 시간이었다.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산이 아름답다. 종일 산을 바라보아도 싫지 않아 아주 산에서 늙고 싶다는 왕안석의 시[終日看山不厭山/買山從待老山間/山花落盡山長在/山水空流山自閑]가 생각나는 풍경이다.

 

 

겨울 산 - 호텔 창문에서 실경산수화(?)를 본다는 것은 행복하다  

 

   

요금에 포함된 온천 티켓을 쥐고 대욕탕으로...욕탕은 깔끔하고 시원스레 넓고 높고 조용했다. 노천탕을 포함해서 6개의 욕조에는 물이 조용히 넘친다. 탄산온천이라는 것을 처음 경험했다. 瘀血이 풀어지며 손톱이 까매지는 것이 이상했다. 1994년에 개발했다는데 일본 아리마 온천보다 좋다고 하니...사이다에 몸을 담그면 이렇게 될까? 정말 이런 곳에서 한 일주일 쉬고 싶다. 게로(下宮),쿠사쯔(草津)와 함께 일본의 3대 명천으로 지명된 아리마 온천은 철분과 소금기가 있어 붉은 빛을 띠는 금천(金泉)과 탄산과 라듐을 함유해서 무색투명한 은천(銀泉)의 두 가지라는데, 구마모또에 다녀온 뒤라 그런지 겨울철 온천이 정말 포근하다.

 

오후 4시에 점심을 먹었으니 저녁은 호두과자 3개로 때운다. 어제 밤잠을 설쳐 푹 잤다. 방은 바깥날씨 탓인지 온천 탓인지 매우 더웠지만 이 나이에 내게는 아주 훈훈했다. 수건을 물에 적셔 널어놓고 잤는데 아침에 곱게 말랐다.

 

투숙객에게 8천원에 주는 아침을 먹고 커피도 마신다. 지하층에 멕시코 문물전시관을 둘러본다. BC1200-400년 사이 종미 해안에 존재하다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 올멕의 인물상들은 표정이 풍부하다.

 

'조롱박을 든 소녀' - 이 소녀상은 목이 긴 여인을 그린 모딜리아니가 그러했듯이 원주민 예술에 다시 한번 경탄하게 한다.  

표정과 자태와 과장된 표현은 그러나 조화를 깨뜨리지 않는다.

 

케추아족이 세운 제정일치의 마야문명(AD100-600)은 거대한 신전과 과장된 장식의 신상 日月神을 숭배하고 천체관측과 20진법이라는 마야숫자가 매우 흥미로웠다. 이집트이 피라밋 비슷한 신전이라는데 1천년 전 앙코르와트를 보는 느낌이었다. 이 시기는 우리 삼국시대와 비슷한가?

 

땅재주를 부리는 광대는 한나라화상섣에 등장하는 모습 그대로...사천성박물관의 광대들과도 너무 닮았다. 

 

아즈텍은 우리 임란[AD1592] 비슷한 시기에 스페인에게 멸족될 때까지 중앙아메리카의 종주국이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이 영화 미션이었을까? 만일 이런 문명이 지금 그대로 남아 있다면 그 세계는 우리에게 어떻게 비쳐질까? 아마존을 보면서 문명의 탈을 벗으면 우리가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이런 생각은 누구나 해보았을 것이다. 어른들만 볼 수 있는 성교전람실은 매우 리얼하다. 신라의 토우에 흘낏 비치는 장면보다는 훨씬 감정표현이 풍부하다.

 

이 호랑이는 민화에서 보는 모습과 닮지 않았어요?  올해는 호랑이해인데...

 

퇴실하고 1시간 반 걸린다는 산책지도를 따라 약수터에 들렀다가 시내를 따라 거슬러 오르는데 물은 수정이요 골짜기는 산수화다. 이 절경에 잔도를 만들면 될 텐데 축대를 쌓았다가 지난 장마에 쓸려 무너지고 흉측하게 수로가 바뀌었는데 아직 복구가 덜 되었다. 요즘 4대강 사업이 화제인데 설마 이런 일이 벌어지진 않겠지? 그냥 개울가에서 차를 한 잔 마셨다.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한계령을 넘어 인제에서 황태구이를 먹었다. 주유소 주인의 소개로 좋은 집을 만났다. 정중앙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길에서 바라보면 ‘하늘내린 황태구이[033-461-5400]’집이 보인다. 점심을 마치고 산촌박물관은 지난번에 보았고, 박인환의 거리를 지나 목공예전시관에서 한참 놀았다. 관광안내소의 여직원은 뜻밖에 일본사람인데...새로 뚫린 춘천고속도로의 동홍천IC를 지도에 알기 쉽게 그려준다.

인천 가는 길은 멀기도 한데 시원하게 열린 길을 따라 수월하게 돌아왔다.

 

자연신의 몸에 박힌 보석은 앙코르와트의 신전에 박혔었던 보석의 원형을 떠올리게한다.

무엇보다 제정일치의 시대를 상상하는 것이 즐겁다. 백문이불여일견...

이번에는 주마간산이었지만 이제 다시 볼 시간이 있을까? 

 

동해의 일출-권금산장의 눈꽃-화진포의 물안개-거진항의 대구탕-오색약수온천-멕시코 문물전시관-하늘내린 황태구이 그리고 새로 열린 경춘고속도로 ... 이제는 적어 놓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

 

2010.2.26일 주막의등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