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 涮羊肉[쏸양로우] 왕푸징의 똥라이순[東來順]
涮羊肉[쏸양로우] 왕푸징의 똥라이순[東來順]
그리고 北來順-西來順-都來順
지난 10년간 중국에 다녀온 사람이 千萬을 넘으니 북경의 번화가 왕푸징[王府井]에 다녀온 사람도 그 정도 될 것이고 또 양고기를 먹어본 사람도 그 비슷할 것이다. 실로 단기간에 대단한 민족적 문화 체험이 아닐 수 없다. 그 거리의 초입! ‘1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으로 시작되는 東來順의 안내판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게 마련이다.
중국에 사업차 처음 들린 사람은 음식의 낭비에 어리둥절하다. 자주 오다 보면 의외로 중국인들이 술도 별로 마시지 않고 또 우리가 꽃 빵이라 부르는 만터우[饅頭] 한 개로 점심을 때우는 것을 보고 놀란다. 아침 점심에 보온병의 차 한 컵에 주먹만 한 밀빵으로 어떻게 견디느냐는 것이다. 역시 가난한 나라라고... 그러다가 세 번째 가게 되면 저녁에 여럿이 모여 갖은 요리를 즐기는 그들을 보고 이게 이태리인가?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유학생들은 맨 처음 한 달 매끈한 韓流를 뽐내다가 다음 한 달 기름진 음식과 물갈이로 고생하고 석 달이 지나면 ‘굶어 죽게 되면 먹게 된다!’는 선배의 명구를 새기며 중국생활에 적응한다고 한다. 어려운 것은 주문이다. 漢字를 모르고 또 그 음식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2005년 나는 휴일을 틈 타 중국소녀의 도움으로 이집에 가보았다.
중국음식은 접시마다 돈을 받는다 : 한국에서는 ‘여기 고기 2인분 주세요!’ 하고 물수건으로 손만 닦고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아줌마! 상치 좀 더 주세요!’ 하면 몐페이[免費] - 즉 공짜인데, 중국에서는 ‘푸우웬! 샹구요차이 이거!’ 하면 돈을 내야 한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
일요일이면 먼저 차례를 기다리다가 14번 좌석을 얻어 자리를 잡는다. 종업원[服務員]이 오면 메뉴판을 들고 주문을 시작하는데 쏸-양-로우[양고기] 2인분에 을 한번 주문해보자...
菜單[메뉴]를 보고 일일이 불러주면 푸우웬[복무원]은 구식 핸드폰 같은 메뉴기(?)를 두드린다. 그리고 ‘종료’를 누르면 그 자리에서 大廳[메인 홀]에 자리 잡은 손님에게 주문표가 인쇄되어 나온다. 동시에 주방에도 14번 손님 주문표가 전달되었음은 물론이다. 그 쪽지는 다음과 같은데 오래된 글이어서 정확한지 모르겠다.
東來順 普通 羊肉片[양고기] 2盤
東來順 特製 양상뇌 1盤
羊肉片[양고기] 1盤
大白菜[배추] 1盤
茼蒿[쑥갓] 1盤
凍豆腐[얼린 두부]
粉絲[당면]
糖荷[연근]
東來順 涮羊肉조료
東來順 대탄화과저 1개
鷄腿菌 1盤
羊肉串 2개
雜麵 1반
小餠 4개
양인 투찬 1개
五香화생미 1반
燕京純生啤酒 1병
濕巾[물수건] 2개
손님은 비닐봉지에 든 물수건을 뜯어 손을 닦고, 위생 젓가락을 정돈하면서 맥주[燕京純生啤酒 - 대부분 이과두주를 마신다]를 한 잔 마신다. 물수건도 돈을 내는데 메뉴의 濕巾[습건]이 바로 이것이다. 신선로에는 종업원이 매운맛 보통맛 두 가지 육수를 반으로 나뉜 신선로에 각각 부어주고 육수는 구리굴뚝으로 힘차게 연기를 뿜어낸다. 그러면 아시다시피 젓가락으로 羊肉片[양고기]를 적셔가며 大白菜[배추], 茼蒿[쑥갓], 鷄腿菌[버섯] 등등을 함께 삶아 소스에 건져 먹는다. 물이 부르르 끓어 넘칠 듯하면 凍豆腐[얼린 두부]를 넣어 가라 않게 한다. 연근을 넣어 삶는다. 좀 쉬었다가 맥주 한 잔을 마시고 또 떡이나 메추리알처럼 동그랗게 만든 새우나 게살을 건져 먹는다.
마지막에는 그 끓는 육수에 나긋나긋한 면을 삶아 먹으면 어느덧...‘하오 츠-츠 빠올라[잘 먹었어요! 배가 부르군!]’ - 이 동네가 징기스칸의 수도였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 역사를 삼킨 것이요 북경의 진정한 손님이 된 것이다.
푸우엔은 주문 전송기를 들고 있고
메뉴판은 백과사전 1페이지를 복사한듯 깨알같다.
오직- 양고기 샤브샤브를 파는 집인데...
육수를 부으면 김이 피어오르고...[왕푸징 똥라이순 2005년]
北來順-西來順-都來順 그리고 김육복
‘참맛은 골목을 두려워하지 않는다[酒香不怕巷子深].’는 중국말이 있는데 이는 목 좋은 맥도날드와는 발상이 다른 말이다. 우리나라에도 어느 골목에 간판도 없는 맛집이 있는데 경쟁자기 생기면서 ‘한국에서 제일 맛좋은 집’이라는 간판을 걸었다. 이 집도 잘 되자 세 번째로 ‘세계에서 제일 맛있는 집’이 생겼다. 그러자 원조 맛집에서 드디어 간판을 걸었다. ‘이 골목에서 제일 맛있는 집’. 곤지암 소머리국밥거리에 서보면 이말이 실감이 난다.
모방과 위조는 세계의 공통이다. 2007년 심양의 랴오닝 박물관을 지나는데 낯익은 간판이 보였다. ‘베이라이순[북래순]’! 옳거니! - 양고기는 북방에서 왔으니 이집이 元祖구나! 그리고 점심을 먹고 나서 물어보니 ‘그냥!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2008년 이른 봄 西安에 다녀왔다. 여기 양고기야말로 실크로도를 따라 왔으니 한몫 단단히 할밖에... 아니게 아니라 빌딩 한 채로 輝煌燦爛한 양고기샤브샤브 집을 연 곳이 있었다. 이튿날 보니 그 언저리에 ‘시라이순[西來順]’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이집이야말로 원조로구나! 그렇다면 한국에 가서 난라이순[南來順]을 열어볼까?!’ 이런 실없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가 2010년 가을 차이나타운에서 한 층 내려앉은 아트프랫폼의 어귀에서 이상한 간판을 보았다. ‘또라이순!’ - 어째 이름이 좀 그렇다. 한자로 ‘都來順’이라고 적었는데 중국음으로 또라이순! 都는 都邑으로 北京을 염두에 둔 것일까?
亞流의 속편 김육복: 중국이 5천년 역사를 자랑하는데 동네마다 명주가 없을 리 없다. 양고기에 반주로 白酒를 마시는데 흔히 마시는 술 가운데 김육복[金六福]이 있다. 오복에 하나를 더했는데 김육복이라니?! 그러다가 張三李四 모두 육복을 달고 나오지는 않는지? ‘김육복’이 아니라 ‘금[金]육복(찐류푸)’이겠지!
이 술에는 별이 붙어있다. 중국 國旗인 紅旗에도 별이 다섯 있으니 五星을 좋아해서 호텔도 ‘五星賓館’이 제일 좋은 것은 당연하지만 술에도 등급을 다섯 개의 별로 표시했다. 그냥 별 2개를 마시거나 4개면 아주 좋은데 위조가 또 문제다. 이번에는 친절하게 위조방지 스티커를 술 상자에 넣어두었다. 어찌 보면 ‘김육복’의 권위를 역설적으로 선전하는 묘술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아무튼 역사가 깊으면 그만큼 묵은 기술도 있고 또 그만큼 선진 기술도 있다. 心性도 우물처럼 깊고 사고의 폭도 산맥처럼 多岐多樣한 것은 文明史家들이 이미 지적한 바다. 이제 기력도 다해 언제 다시 그 ‘똥라이순’을 ‘김오복’은 제쳐두고 ‘김육복’과 함께 마실 수 있으랴! <*>
'北京건배를 위하여!! - 김육복[金六福]'
중국발음은 찐-류푸
김육복도 2008 올림픽에 협찬을 했는지!
무려 8곳에 위조방지 표시를 한 金六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