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와 한국어

머시깽이의 한자 공부...‘파랑색은 할아버지꺼! 검정색은 내꺼!’

양효성 2010. 7. 17. 09:33

 

 

      머시깽이의 한자 공부...‘파랑색은 할아버지꺼! 검정색은 내꺼!’

 

 

  어느 날 할아버지댁에 들렀더니 ‘우리아이 첫 한자사전[홍진P&M]’이라는 책이 책상에 놓여 있었다.

한눈에 내 책이라는 것을 알았다.

  왼 쪽에는 ‘달 월’이라고 큰 글자가 있고...오른 쪽에는 달이 그려져 있다.

  나는 네 살이다. 나는 맨날 맨날 할아버지와 한자공부 한다.

할아버지는 나를 머시깽이라 부르신다.

내 동생은 남자아이인데 부지깽이라 부르신다.

 

  자다가도 ‘모 方’ 하니까 엄마가 ‘썼다 지웠다 한자[키움]’를 사다 주셨다. 유성펜으로 쓰고 휴지로 지우고 다시 쓰는데 펜은 두 자루다.

‘파랑색은 할아버지꺼!’

‘검정색은 내꺼!’

‘날 日’ 하면 나 한 字, 할아버지 한 字, 나 한 字- 모두 세 칸이다.

하나- 둘- 셋... 劃을 그을 때마다 합창하면서 쓰고, 다 쓰면 ‘달 月(월)’ 하고 크게 소리 지르고 휴지로 지운다.

 

 

그러할 然

 

내 川

 

남들은 해수욕장에 가는데 2학기를 위해서 영어를 제쳐두고 漢字공부를 다시하는 오빠!

 

부지깽이가 또 내 책을 뺏는다. 글자도 모르면서...

 

쓰고 지우는 한자...

 

‘파랑색은 할아버지꺼!’ ‘검정색은 내꺼!’

나는 무릎을 꿇고 글씨를 쓴다.

 

 

맞게 썼나?

 

이제 지우고 또 쓰고...왼손으로 지워도 할아버지는 그대로 두신다. 

 

 

 할아버지는 왼쪽에서 금을 그어 ‘ㄱ’하고 한 번에 긋는데, 나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긋고 다음에 ‘ㅣ’내려 그으니 두 劃이 된다.

 나는 ‘달 훨’ 하다가 깨달았다. 할아버지가 ‘달 월’이라고 한다는 것을 ... 우선은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대로 나는 나대로 멋대로 쓴다.

天에는 日도 月도 星도 있고 雲이 돌아다닌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은 하늘이 유난히 靑하다.

 

   할아버지는 耳目口鼻를 여러 번 반복해서 말씀하신다.

할머니보고 아이는 身言書判을 생각하며 가르쳐야한다고 말씀하신다.

   우리집에는 放學이 되어 이웃집 늙은 오빠(?)가 찾아와 漢字공부를 한다.

어렸을 때 漢字를 안 배워서 대학공부가 힘들다고 한다.

言語가 말이라고만 생각하면 입과 귀만 발달하는데 글자라고 생각하면 눈도 손도 함께 발달하고 그래서 言語는 形音義가 옳다고 하시는데 나는 그 말의 뜻을 모른다.

 

  할아버지는 외롭고 슬퍼 보인다. 우울증이 있다고 그러신다. 맨날 맨날 집에만 계시니까 그렇다.

 

그렇지만 내가

‘할아버지하고 漢字공부 할꺼야!’

하고 책을 들고 가면 할아버지는 술잔을 밀어 놓으시고 ‘달 月’하신다.

 

               ‘파랑색은 할아버지꺼!’

                ‘검정색은 내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