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뒷산 조개속의 眞珠-옛 仁川을 그려보는 문학산[1]
마을의 뒷산[1]
조개속의 眞珠-옛 仁川을 그려보는 문학산
30년간 오르고도 정상에 발을 대지 못한 산이 있다면 놀랄 것이다. 내가 문학산을 우러러본 것이 30년 전인데 그 당시 서너 번 시도하다 거의 바라만 보고 있었으니까 매우 과장된 말인데 사연은 그 마루에 군부대가 있기 때문이다. 하기야 이름이 문학산성이니 예나제나 군인이 주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왜 한사코 그 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기록에는 246.8미터[안내판에는 217미터]라고 하니 그리 높지도 않은데 말이다.
背山臨水의 한국 풍수에는 마을마다 뒷산이 있어 이를 鎭山이라고 하는데 인천의 진산이 바로 이 문학산이다. 모든 산은 모두 저마다 태고의 장구한 역사를 갖고 있는데, 이 산은 그냥 산이 아니다. 조상이 우러러 숭앙하고 또 강한 바람과 홍수와 때로는 외적을 막아 마을을 품어주었기에 이 산은 보통 山하고는 다른 어머니의 품속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산을 오르기는커녕 방에서 숨을 쉬기도 힘든 나이가 되어간다. 얼마 전 이 산에 산책로가 조성되었다는 말을 듣고도 시큰둥한지 수 년 - 일요일 오후 늦게 큰맘 먹고 이 산기슭에 이르렀다. 지하철 선학역에서 법주사를 물어보니 그곳이 바로 등산로 입구다. 아내 지도를 살펴보니 거미줄 같은 등산로가 어리둥절하게 한다. 등산로 입구가 23군데나 되는 산은 기네스북에 올려야할지? 산책로도 서울지하철보다 복잡하게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의외로 산길은 아늑하다. 이상 기온의 더위에도 등산로는 모두 숲에 가려 시원하다. 이글거리는 태양을 머리에 이고 먼지나는 산길은 고역이다. 모자도 선글라스도 필요가 없다. 아카시아는 이미 졌지만 아련한 솔내음이 짠바람과 어울려 더위를 식혀준다. 190미터의 길마산 전망대에 오르니 인천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古都 인천은 이 산 아래 펼쳐져 있다. 문학 경기장이 입구를 막았지만 인천은 입을 벌린 대합조개처럼 두 개의 산, 즉 문학산과 슬학산에 폭 파묻혀 있다. 학익동에서 문학고개를 넘어본 사람은 슬학산과 문학산이 조개의 입처럼 맞물려 관교동이 아늑하게 숨어 있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지금 문학초등학교 자리에 관청이 있었고 나란히 향교가 있어 관동-교동을 합해 관교동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여기서 직선으로 정북에 계양산이 있어서 또 다른 관청을 두고 김포로 도시가 형성되었지만 지금은 광역시로 묶여 진산 다툼이 벌어질 만하다. 아무튼 이 두 산을 중심으로 한강 건너 서울로 이어지고 다시 인천을 중심으로 해외로 뱃길이 열리니 이곳은 국토의 咽喉라 할 것이다. 전망대에서는 이 문학-슬학-계양의 연봉이 뚜렷이 보인다.
산길은 아늑하다
중심의 문학산겅을 중심으로 거미줄같은 산책로
화장실은 모두 아래 소공원에 있고 물을 마실 곳이 없다.
반드시 물병을 준비하도록..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해발 190미터 길마산 전망대
맨 뒤가 계양산- 바로 앞에 슬학산을 등지고 남향으로 인천도호부와 향교가 있고
사진을 찍고 있는 이 자리는 문학산 자락 길마산 전망대
진주를 품은 조개처럼 옛 인천은 이 두 산에 폭 싸여있었다.
발길을 옮겨 문학산성의 자취를 더듬어 본다. 성벽공사는 지지부진에 위태롭기 짝이 없다. 큰물이 지면 산책객이 걱정된다는 것은 상상외로 경사가 가파르다는 것! 거의 절벽처럼... 이런 지형은 이곳 또 하나의 진산인 소래포구 시흥의 소래산을 연상케 한다. 그 산의 마애불상 아래가 바로 절벽인데 그곳까지 배가 들어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바로 이 성벽아래에 옛날 수인선철도 따라 배가 들어왔을 것이다. 배를 숨기기에 아주 좋은 지형이다. 지질학자를 모시고 좀 더 연구해볼 일이다.
아무튼 문학산 자락 송도 가는 길에 ‘조갯골’이라는 마을이 있었고 인천의 옛 도읍은 조개를 닮았다. 당연히 조개를 많이 먹었을 것이다. 학익동 고인돌도 이를 반증하고 또 그 아래까지 물이 들어왔을 테니까...매립은 지형을 많이 바꾸었지만 윤곽은 알 수 있다.
보기에도 위태! 위태! 문학산성 보수공사
경사의 급함을 알 수 있다.
그 옛날 물길은 바로 이 절벽아래까지 이르렀을 것이다.
작은 배는 지금 인하대학 자리에 대었을 것이고...
향토사의 많은 자료들이 있지만 블러그 <인천테마학습실>에 이곳 이야기가 잘 정리되어 있다. 어느 날 30년이 안 걸리고 봉수대와 우물이 있다는 문학산 정상에 올라보기를 희망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