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음

2010년 4월의 한강

양효성 2010. 4. 28. 12:26

            

               2010년 4월의 한강

 

 

 

 

2010년 4월 어느날 오후 한강을 지나며...

 

 

한강은 흐르는데

河南慰禮城 그 시절에도

漢城의 그 시절에도

한강은 흘렀는데

 

내 어린 시절

여름이면 경기도 충청도에서

초지붕들 떠내려오고

지붕위에 돼지 울고

 

흙탕물이 지나간 뒤

양산 기우린 뱃놀이 아줌마

그을은 꾀복쟁이

피라미도 함께

헤엄쳤는데...

 

지금

한 밤의 강가엔

떠내려가지 않는 등불

흐르지 않는 등불

기일게

오색 물주름 만들고

 

초지붕도 돼지 그림자도 없는 한강엔

들창마다 모두 흐르는 강물을

응시하는 눈동자들...

 

흐르는 강물을 보는 것일까...

머무는 강물을 보는 것일까...

보이는 것일까?

 

다리를 건너는 긴 성냥갑

그 지하철에서

강변에 세로 선 긴 성냥갑

그 창틀에 고정된

눈망울을 본다.

 

한낮에

정지된 강물을 본다.

 

<*주막의등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