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灰 色의 都 市
1. 灰 色의 都 市
1.
말을 낳으면 濟州道로 보내고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라는 말을 믿고
나는 都市로 왔더니라.
都市에서 이젠 더 이상 얻을 것 없어라
손금 안에서 부스러지는 한 줌의 재
시멘트 숲 위에 그려진 都市의 달
돌아가련도다
나의 어린 時節을 길러준 故鄕의 실개천
그 자장가의 搖籃으로
잿빛 시멘트 칸막이
칸막이 위로 잿빛 煙氣는 오르고
하늘은 가없는 잿빛
螢光의 달이 잿빛으로 떠 있을 때
불빛 사랑하던 모든 사람들의 그림자는 잿빛이다.
담배 煙氣 한 모금 아스팔트 길가에
잿빛 나무를 기르고 잿빛 잎새를 틔우고 잿빛 열매를 맺나니...
2.
1993年 겨울
발끝에 落葉도 남기지 않은 가지에
Neon의 불빛이 歡樂의 눈을 뜰 때
密閉된 酒店 김서린 琉璃窓엔 누군가의 손도장 그리고 하트 표시
뭉개진 酌婦의 입술
쓰레기통을 뒤지는 새앙쥐 발자국소리
‘이 世上 다하도록 사랑할께요’
‘호텔 갈까?’
‘사랑하니까 지켜야해요’
‘쳇 오늘 밤도 없는 來日이 어딨어?!’
3.
한 盞의 ‘靑芽’
吐할 곳도 없는 交叉路에서
나는 바라보았노라
街路燈 뒤에 숨은 都市의 달을- 萬人의 달을
어머니
어느 가을 새벽 마실길에
어머니도 없을 때
할머니는 달을 업었어요
안개 속의 달을 - 당신의 핏덩이를
논둑엔 서리 내렸으련만
두 빰엔 칼바람 불었으렸만
할머니 여윈 등은 포근하였어라
술 盞에 뜬 달 흔들어
解腸을 마시고
눈동자만 남은 건너편 卓子의
중 늙은이
그 눈동자가 그리는 달을 나는 보았노라
4.
만남은 離別이 前提되어 있을 때 아름다웠던 것
만남이 산을 이룰 땐 波濤도 숨 죽여
心臟은 터지는 火山이었었건만
불꽃이 만든 그림자와 그림자의 交叉
이제 그 어둠에 쌓여
불꽃과 불꽃이 튀어도 빛을 發하지 못해
누구도 그림자를 빛으로 믿어 疑心하는 者 없어라
그림자가 걸어간다.
누구도 幻影에서 눈 뜨려 하지 않아
鷄林의 조차 螢光 불빛아래 모짜르트를 들으며
더 이상 울지 않는다.
5.
닭장에서
巨大한 아파트의 숲 닭장에서 自鳴鍾이 울리면
스스로를 잠그기 위해 自動車 열쇠를 쥔 사람들이
아파트를 잠그고
自動車를 잠그고
信號燈에 갇히고
일터의 鐵門에 갇히고
그리고 하루를 金庫에 가둔다.
6.
‘勞動은 自由를 만든다’는 Dachau 收容所
‘저를 奴隸로 만들어 주세요’
연지 곤지는 제 손톱을 찌른 피
쉰들러-리스트- 스기하라 -리스트 그리고 챠플린의 喜劇의 黃金時代
구렁이 용 트림하는
子正의 江邊道路
Head Light
구렁이 두 눈알은 불을 吐하고
Harogen Light
취기의 아스팔트는 알콜에 젖어
오늘 하루를 잠들러 가는 길
내일 하루도 잠들러 떠나는 길
每日 밤 밥床 차리듯
性을 기다리는 아내와
月給날 기다리듯 밤마다
性을 찾아가는 한雙이
Apart의 불을 끈다.
벌 집 구멍 구멍 꿀을 채우듯
흐---푸우우--
한개비 ‘Glory' 담배 煙氣처럼
사랑을 태우고
人生을 사르고
번데기처럼 오그라드는 꿈에 시달리면
새벽 2時의 헤드라잇
信號燈 꺼진 아스팔트를 가르고
그림자 위에 선 街路燈만이
봄 바람 커튼 들치듯
휑하게 지나친 사내 뿐
빈 거리엔
아직 淸掃車 지나갈 時間은 아니다.
7.
金庫
來日은 冷臧庫에 豫備되어 있는 것
冷臧庫의 빈칸 만큼 오늘이 있었던 것
내일은 保險, 年金에 豫備되어 있는 것
내일은 葬儀社의 電話番號簿에 豫備되어 있는 것
내 죽음의 날에 행해질 祈禱文은 聖經에 豫備되어 있는 것
태어날 生命은 超音波檢査 속에 豫備되어 있는 것
戶籍簿의 빈 칸에 豫備되어 있는 것
해가 바뀌면 자리를 비워 줄 敎室에 豫備되어 있는 것
내 아비와 어미의 結婚은 豫備되어 있었던 것
할아비와 할미의 結婚이 豫備되어 있었듯이
지난 날도
오늘도
또 來日도
이미 알고 있는 것 以上 새로울 것도
더 以上 알아야 할 것도 없는
이 無力의 都市에서 脫出해야 한다.
8.
電話番號簿에 걸려올 모든 電話가 豫備되어 있고
걸어야 할 電話가 豫備되어 있고
더 以上 해 줄 말도 더 以上 들어야 할 말도 없는
電話는 이제 返納되어야한다.
거짓으로 길러졌고 거짓으로 사랑했고 거짓으로 헤어졌던
밤낮으로 껌벅거리는 눈짓은 싫어
아스팔트의 街路燈을 모두 꺼다오
9.
燕燕 歸來 삼월 심짓날
都市에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
지난 霜降엔
기러기가 날아오지 않았었다
벚꽃도 돌아 갈 땅이 없어
아스팔트에 진다.
지는 족족 쓸리워
落花없는 벚꽃 그늘
움츠릴대로 움츠려
가스管을 비켜 뿌리는 용트림한다.
둘러보아야
민들레도
칡덩굴도
山査꽃도 없이
눅눅한 아스팔트에
검은 눈물 떨구듯 벚지만 떨어져
杏花村 살구는
신맛을 모르네
10.
自然 속의 메뚜기는 都市로 와서 剝製가 되고
都市의 自然冊에서 내뿜는 毒가스는 마침내 들판의 메뚜기를 죽였다.
自然의 것이 都市에 와서 죽고
都市의 것이 돌아가 自然을 죽인
1993年 겨울 나는 갈곳이 없다.
떠나온 故鄕이 없으므로 돌아갈 故鄕이 없다.
都市의 무지개는 빌딩의 그림자를 故鄕에 내려
他鄕을 만들었으므로....
11.
한 坪의 正方形의 空間
네 활개를 펴고 뒹굴고 숨쉬고 하품하는 棺
都市는 어디에선가 거미줄을 드리워 햇빛대신
螢光 불빛을 보내온다
사람마다 하나의 空間 하나의 바보 箱子
籬床異夢 Cable의 集合
共同의 아내를 눈길로 自慰한다.
共同의 남편을...
共同의 아버지를...
共同의 親舊를...
Star는 외롭다.
Massive Sex Harrasment
마침내 한 사람의 사랑도 갖지 못했으므로
한 坪의 正方形의 空間 속의 空間 - 20인치의 空間
텅 빈 사람들의 텅 빈 이야기가 텅 빈 내 가슴을 휑하게 지나간다
abc, bcd, cde, def, efg...
有線 T.V 無線 T.V 衛星 T.V 더 외울 必要가 없다.
나와 함께 지나가 버렸으므로
螢光 불빛아래 T.V의 지지직 - 소리
멀거니 雜音 속에 來日을 맡긴다.
12.
新聞! 訊問? 申聞?
記憶을 잃어 버린 나라에서
세발자국을 걸었더니
이쪽으로 한발자국 아이 무서워
저쪽으로 한 발자국 아이 부서워
되돌아 서보곤 몸이 떨려서
每日 每日 쌓아 두었던
舊聞 新聞
13.
어제 밤까지만 해도
아스팔트 먼지에 목이 갈라져 기다리던
장마 바람이 비닐봉지를 날린다.
人生처럼
먹구름 속에 가벼이 떠간다.
덜거덕거리는 門틀에
먹구름은 달려와 부서지고
琉璃窓은 바르르 떤다.
朝刊新聞엔 記事보다 休紙桶에 들어갈 인터메쪼
넋 없는 廣告紙 뿐
뉴스는 모두 노 코멘트
浮漂처럼
이 긴 비의 季節에 흔들리며
그려보노니
장마 하늘속의
별
14.
文明이 亡해버린 原始의 끝
더 以上 人類에겐 發明할 불도 없다.
대롱속에서 새어나오는 無色 無臭 죽음의 煙氣
煙氣에 불을 살라 延命의 粥을 끓이고
비닐 봉지에서 쏟아진 씨알엔
싹이 없다.뿌리가 없다.잎새도 없다.
혹 유리조각인지... 모른다. 水銀인지 모른다.
또는 모래알인지도 모른다.
根源없는 대롱에서 흘러나오는 물에 불려
밥을 지으면
내 밥통은 유리알을 삭이는 火星人의 胃壁
내 血管엔 유리알같은 하얀 피가 흐른다.
유리알같은 밥을 씹고
유리알같은 맑은 담배연기를 뿜는다.
15.
花盆엔 유리알 잎새가 자라고
유리꽃이 피고
유리꽃술위에 어리는 유리알 달빛 - 유리알 별빛
마침내 유리알의 香氣
이 땅덩이를 부스려뜨려 하늘에 뿌린 조각
별이 되었을까?
별을 부스러뜨린 조각 그것이 이 땅덩이일까?
나는 별이 되어
이제 부스러져 蒼空에 날릴 땅덩이를 바라보노라
琉璃盞처럼 빈틈없는 龜裂의 造化여
한 盞의 琉璃 술로
유리알 血管을 얼려
보드카 언더럭스
窓 밖을 凝視한다.
16.
龍오름 언덕에 올라서면
都市는 한 줌의 粉塵
바람에 날리는 뼛가루
나는 본다
都市가 가루되어 나르는
霜降의 하늘을
Sky Line
秀峰公園
깎이우고 잘리우고
소나무 밑동을 딛고 庶民住宅 빌라는 서서
안테나만 남았다.
子正의 不夜城
산자락 온통 Christmas tree
붉은 네온 十字架만
街路燈 代身의 把守兵
한 盞의 保溫 Coffee
한 가치 Malboro
煉炭재로 그린 이 그림속에
내 아파트를 더듬어 본다.
HYNDAI APT X동 Y호
Propan Gas Preon Gas Boilor LNG LPG
粉塵속에 보이지 않는다.
지붕에 지붕을 잇고
大門에 大門을 이었던
바둑판 같은 길도 보이지 않는다.
봄날에도 三年前
여기서 보았는데
가을날 三年뒤
여기서 보이지 않는다.
아--- 눈 앞에 일렁이는 鹽田
거북등 말라붙은 가슴속에
목마른 저 잿빛 덩어리
내 이슬같은 한 숨 말라
한 줌의 재 되었구나
都市는 한 줌의 재
山頂엔 한 포기의 가을 갈대
17.
나는 지금 외로운 날을
살고 있노라
蒼古의 書齋로 돌아가지 못하고
뱀이 기어다니는 菖蒲의 꽃 周邊도
거닐지 못한다.
夕陽의 남은 빛을 모으려고
성냥을 그으면
가녀린 촛불은
밤 바다에 떠는 生命
안개속의 뱃고동도 잠들고
屛風도 없는 빈 房에 홀로 남았구나
태어난 날 탯줄 끊은 손금엔
말라버린 물줄기
와디의 人生이
그려져 있다.
18.
立春大吉 - 自由公園에 오르면
찢어진 깃발을 본다
自由라는 이름아래 얼마나 많은 自由가
짓눌렸는가?
正義의 이름으로
不義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 갔는가?
歲月은 가고
늘어난 十字架만큼 正義가 늘어났더냐?
生命을 죽이는 것도 生命을 살리는 것도
生命속에 아니 있덩가?
自由여 가라!
正義여 가라!
自由도 正義도 不義도 또 不義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는
公園에 오르고 싶어라
가슴을 펴고 굳은 목살을 풀어
한껏 눈을 들어 아이-맥스 港口를 바라보면
仁川은 잿빛 都市
하버 라이트 萬國의 船旗가 늘어져 있네
마른 오징어다리처럼
19.
自由公園 - 灰色의 숲
黃海는 뭇섬에 가려 잦아드는 잿빛의 湖水
움켜쥐면 재가 나른다.
銀波 - 夕陽의 反射
갯가엔 풀이 자라지 않는다.
立秋의 自由公園에 오르면
仁川은 잿빛도시 落葉이 구르지 않는다.
落葉을 豫備한 싹을 틔우지 않았으므로
小雪의 自由公園에 오르면
灰色의 都市 절에서 울리는 鐘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鐘 치기 - 그가 절을 떠났으므로
집을 짓지 않은 겨울 까마귀만 나뭇가지에 움츠리고
凝視의 끝 - 쌓인 눈속엔 벌레가 꿈틀거리지 않는다.
아직 시멘트를 먹고 자라는 벌레가 태어나지 않았으므로
小雪에 내린 눈으로 白色 都市를 만들진 못해
20.
銅岩驛에는
子正을 밟고 돌아오는 사람들
배웅하는 사람도
기다리는 사람도 없었다.
個人TAXI - 헤드 라잇은 안개燈
天幕 국수의 김은 오른다.
하나 둘 꺼지는 照明燈
敎會의 尖塔 - 棋院 - 撞球場 노래방 - 옷가게 - 구두방 다방 -
그리고 러브호텔 ‘파라다이스’ 마주선 派出所의 無表情한 保安燈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넥타이를 걸친 채 아침에 들었던
그 뉴스를 다시 펼쳐 놓고
때묻은 베겟머리에
來日을 묻는 사람들
그 틈에 끼어
子正에 떠나는 사람이 있었다.
充血된 눈
빈 속에 天幕 국수집도 그냥 스쳐
한 모금 담배도 손가락에 낀 채
그냥 떠나는 사람이 있었다.
21.
코 감기에 充血된 눈
쑥머리를 쓸면
겨울 窓門엔 灰色의 壁
그만 立冬을 닫는다
커튼을 끌 힘도 없어
늦은 밤 東西를 갈라
東海엔 눈
西海엔 비
暴雪注意報
大關嶺은 넘을 수 없다
난 大關嶺넘어 날 기다릴
親舊를 생각하는데
大關嶺 넘어엔 날 기다릴
親舊가 없다.
東海엔 눈
西海엔 비
1994.11.15
22.
灰色눈을 맞으며
뱃고동이 울리면
떠나고 싶어라
그대 나의 그림자
안개속으로 떠나고 싶어라.
그대 머리칼엔 이슬이 맺히리
갈매기 귓전에 울면
泡沫의 感觸
별은 그대 눈동자에 내리고
하지만 하지만
오늘 내 肉身을 벗어나 저만치 灰色 오솔길을 걸어오는
나의 그림자- 나의 그대를 처음 보았노라.
나는 그대를 눈 멀게 한 데릴라 -
나는 그대 땀을 핥은 드라큐라 -
나는 그대의 그림자를 찢는 하이에나 -
아직 파지 않은 共同墓地
그 첫 삽에 나를 묻고
그대 너는 떠나라
23.
그대 너는 떠나라
햇빛이 色 漆하는 아침의 나라로
노고지리 떠난 가지에 이슬 구르고
다람쥐 달리면 千里香 함께 흐르고
복사꽃 흐르면 강물도 춤춰
그대 너는 떠나라
波濤는 돛배를 밀고
봄바람 波濤를 미는
숨쉬는 나라로
24.
검은 棺 속에 누워
나는 말하리
이 都市에 풀싹이 돋기를
복사꽃 피고
긴 비가 오기를
서리 내리고
감이 익기를
내 棺을 타고
부르는 노래소리 들릴때까지
나는 말하리
‘푸른 싹이 돋기를’
灰色의 都市에서
내가 왜 언제 이런 글을 썼는지 기억에 없다. 때로는 지우고 싶은 기억도 있지만 그것도 내가 살아온 한 걸음이었을테니까? 조금은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은 날씨가 매우 흐리고 봄같지 않은 바람이 불었다. 狂風 谷風 그렇게 봄바람을 부르기도 했었지만 역시 봄바람은 따뜻해야하지 않을까? 시국 탓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