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음

내게 기도할 집을 지어다오

양효성 2017. 9. 29. 09:47

굴뚝위의 반딧불

 

秋分에 초생달

굴뚝 위로 반딧불이 지나가다.

 

반딧불처럼 淸明한 추억이 지나가다.

 

감당할 수 없이 透明...

가을바람

감당할 수 없이 颯爽...

가을바람

입술을 스치고...

 

사랑하자 우리 첼로처럼 피아노처럼...

 

사랑하자 - 우리-

첼로처럼 피아노처럼...

 

머리칼을 세면 숨을 고르고 어깨에 기대면 허리를 감고...

 

사랑하자 - 우리-

첼로처럼 피아노처럼...

뜨겁게...

 

봄날의 새싹

여름의 숲

연잎에 구르는 이슬...

연잎에 숨는 잉어...

 

시냇물을 이끼바윗돌을 감고 돈다.

단풍은 이끼바윗돌을 감고 춤춘다.

 

사랑하자 - 우리-

첼로처럼 피아노처럼...

 

가을바람이 갈대의 머리를 빗긴다.

가을석양이 억새의 머리를 물들인다.

 

겨울이 오기 전에 우리 사랑하자...

첼로처럼 피아노처럼...

 

! 눈이 내린다.

우리는 창가에 앉아 있다.

부둥켜안고...

우리 사랑하자...

첼로처럼 피아노처럼....

산처럼 바다처럼...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은...

듣기 싫은 음악을 끝까지 듣는 것

끝나지 않을 거짓말을 끝까지 하는 것

 

거짓말인줄 알면서

빙그레-

미소 짓는 것

 

거짓말이 티 나는 줄 알면서

얼굴을 붉히면서

얼굴이 붉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거짓말을 하는 것...

 

거짓말이란 걸 알면서도

그래도

귀여운 것....

 

훗날...

 

옷이 젖었는데도

밤사이 이슬이 내렸다는 걸...

해가 뜨고 나서야

밤사이 이슬이 내렸다는 걸...

거짓말이라도 말을 거는 사람이

너 하나뿐이었다는 걸

뒤늦게

아는 것...

 

 

내게 기도할 집을 지어다오

 

코르뷔제여-

내게 기도할 집을 지어다오

 

나는 지금 누워있다.

失碑銘처럼

望夫石처럼

 

롱상의 교회가 아니어도 좋다.

十字架가 없어도 좋다.

스테인드글라스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

천국으로 통하는 창문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

 

나는 지금 불안하다

잠을 이룰 수 없다

실비명처럼 천만인의 공동묘지에 누어있는데도 말이다.

밤인데도 말이다.

 

코르뷔제여 그대는 보았는가?

천만인의 공동묘지에 누워 홀로 깨어있는 사람의 영혼을?!

 

코르뷔제여-

잠시 내 곁에 앉아다오...

그리고 기도해다오

너도 저 천만인의 공동묘지에서

저 사람들처럼

편히 잠들 수 있다고...

 

**** 20179월의 마지막 말을 보내면서... 慈親亡夫祭日을 지새우고 이 땅의 가을하늘아래 생각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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