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알프스의 추억[8] 제6일 8월13일[金] 오전
다까야마의 아침시장
市場과 市民 : 市民의 蹶起-그 말은 民主主義의 다른 말이다. 봉건영주 및 왕과 영주를 장악했던 교황에게 서민의 삶을 주제로 저항한 시장사람들이 근대민주주의의 싹이다. City와 Civil은 뿌리가 같아서 Civilization이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文明이라는 터무니없는 기호로 번역되면서 지난100년간 아시아의 민주화는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都市라는 말에서 보듯이 City는 市場이요, 시장은 색다른 문물이 교류하며 상호 발전하는 마당이었던 것이다. 상인의 보따리에서 문화가 덩달아 발전했던 것은 실크로드가 그 혁혁한 증거다.
‘시민여러분!’의 서구민주주의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문명의 중개지점인 그리스에서 싹틈으로써 나름의 전개를 거듭한 것에 비해 ‘농어민 여러분!’으로 시작했던 농민의 궐기는 그만큼 다른 형태를 띤 것이 일본과 중국의 민주주의였다. 그것도 결국 시장민주주의 영향을 받은 일본에 의해서...
아무튼 이런 서구문화의 번역은 노신의 일본유학을 통한 중국이나 한국이나 크게 다를 것이 없었던 것이니까... 却說하고!
아침에 길을 쓸고 있는 시민은 마음을 닦고 있는 것일까?
뒤에 모짤트의 포스터가 보인다.
아예 진공청소기로 먼지를 빨아내고-
문을 열지 않은 정육점
조일헌이라는 간판이 붙은 이발소
되살려낸 물 일본 100선의 미야가와 - 당연히 강에는 물고기가 뛴다.
깨끗한 거리 맑은 물 : 이번 여행의 코스에서 北알프스와 구로베댐 그리고 다까야마의 아침시장은 부인네들이 기대했던 곳이었다. 당연히 신바람이 나서 앞장을 선다. 거리의 정육점 건물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는데 마치 개화기의 양식건물을 닮아 웃음이 나왔다. 이발소는 또 어느 선비의 서재이름 같은 ‘朝日軒’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었다. 이런 이름의 신문이 일본에 있는데 ‘아침해[朝日]’라는 일본어 ‘아사히’는 사실 우리말의 古語다. 이 이야기는 白川鄕에서 계속될 것이다.
가게를 열 시간이 되어간다. 거리에는 일가족이 쓰레기 봉지를 든 부인과 빗자루로 길을 쓸어 쓰레받기에 받치고 있는 바깥주인이 보인다. 빗자루는 방을 쓸기에도 넉넉할 정도로 조밀하게 만들어졌다. 안방을 쓸 듯이 길을 쓸고 있는 것이다. 걸레질은 안 하는지 궁금했다. 이번에는 아예 진공청소기를 들고 나와 길의 먼지를 빨아들이는 가게 주인이 보인다. 스위스의 주택가에서 막 학교에서 돌아온 소녀가 가방을 벗어놓자마자 빗자루를 들고 나와 집 앞 길을 쓸고 있었다. 쓸 먼지도 없었다. 오히려 기가 막혔는데 습관인 것 같았다. 깨끗한 거리- 비가 씻고 지나갔는데도 길을 쓸고 있는 이 일가족은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밤의 꿈자리거나 아니면 혹 닥칠지도 모르는 어떤 욕심과 재앙을!
정말 역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닿는 아침시장은 國分寺거리를 지나 鍛冶橋[무슨 철공소가 있었을까?]와 彌生橋 사이의 강가에 있다. 시장 입구 다리 옆에는 ‘되살린 물 100選’이라는 비석이 있다. 물고기가 새겨진 돌비석에는 親水空間이라는 글이 보이는데 물도 생명을 되찾는다면 언젠가 인간이 그 물을 죽였던 것일까? ‘民族更生의 道’라는 외솔의 글이 교과서에 실린 일이 있었다. 어젯밤 비에도 강물은 바닥의 바위를 씻은 잿빛일 뿐 포말은 백설이고 물고기들이 그 여흘을 거슬러 솟구치고 있었다.
관광객들은 모두 여기서 한 장의 사진을 찍는다. 손으로 등 뒤를 가리키며 시장 풍경을 놓치지 말라고 카메라를 든 가족에게 당부하면서...
하얀 천막아래 좌판을 만들고 행상들은 마늘, 파, 고추, 가지, 오이, 우엉, 호박 들을 진열해놓았다.
복숭아 자두 토마토 망고 포도 수박 오렌지 등등 과일도 보인다. 이제 따라다니기로 했으니 내가 나설 일은 없는데 핸드폰도 안 통하니 1시간쯤 둘러보다가 입구의 다리에서 서로 만나기로 한다. 오이를 깎아 나무젓가락에 꽂아놓고 50円이다. 핫도그를 닮았는데 이건 오이도그인가? 오이바인가? 아무튼 700원쯤 되니 우리나라에서 오이 한 개가 얼마쯤 할까? 건너편은 가게다. 엄지와 검지를 모은 동그라미만한 과자 하나는 100円이다. 과자대회에서 상을 받았는지 아니면 이 마을의 특산인지 또 한 개를 집어 먹는다. 일본술을 진열한 가게에서 濁酒라는 상표를 보고 얼른 사진을 찍는다. 하기야 술독에서 청주가 윗 국물이고 막 걸러서 막걸리니까 당연히 흐린 술국인데 그 맛은 어떨까? 그런데 병이 너무 크다.
다시 강가 천막 아래서 할머니는 아침을 들고 있다. 시장에서 흔히 보는 풍경이다. 머리가 센 할머니는 좌판을 들여다보다가 마늘 세 쪽을 산다. 우리는 한접으로 100개는 되어야하는데...그 길가에 수도가 있고 한 줄의 글이 씌어있다.
白露に 足濡らつたる朝の市
白露 흰 이슬
발 적시며 찾아온
아침의 시장
아마 하이꾸일 것이다. 올해 백로는 9월8일로 음력은 8월1일이다. 그 글을 한참 바라 보았다. 어젯밤 불어난 비로 물은 풍성하다. 아읻른 강가에서 비둘기를 쫓고 헤엄치는 물고기를 따라 뛴다. 바위위에 죽지를 접은 해오라비[새 이름을 모르겠다?]는 방금 명상중! 강가의 해오라비 무삼 일로 서있난다? 미동도 하지 않는데 어부지리로 솟구치는 어느 물고기를 노리고 있는 것일까?
청둥오리와 비단잉어에 비둘기는 물살과 아이들과 어울려 논다. 집사람은 복숭아를 사고 이선생은 생맥주 한 잔에 쇠고기 꼬치구이를 건네준다.
파리행 비행기를 함께 탄 사람들은 모두 루브르에서 다시 만나듯이 다까야마에서 잔 사람은 모두 이 시장에서 다시 만난다. 그리고 목구멍으로 무엇인가 마시고 또 혀로 맛보고 이빨로 씹어 배를 채우며 마음으로 그 흡족함을 느끼는 것은 모두 같다. 파란눈의 나그네도 그 비슷한 것으로 요기를 한다. 그보다 시장 그 분위기를 보는 것만으로 코가 향기롭고 배가 부른 것은 무슨 이치인가?
술과 아이스크림, 빵, 과자에 커피, 머리핀 등 장신구, 산나물 짠지 등등 이곳에는 없는 것이 없다. 입구에는 시장을 안내하는 동네 아주머니가 지도를 들고 분주하고 다리 밑으로는 되살아난 물이 저절로 흘러간다. 이번 생일 北京의 金鳴 선생이 내게 上善若水라는 글을 써 보내셨다. ‘흐르는 물처럼-’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산다.
뒤에 아침시장이라는 글자를 넣어주세요!!
신상품 일급주 이급주 옆에 '탁주'라는 상표가 보인다. 막걸리?
'백로절 발을 적시고 찾은 아침시장'
왼쪽에 이 싯구를 적은 一嘉라는 이름은 그의 필명일까?
두 할머니는 아침시장의 단골일 것이다.
오랜만에 맛보는 복숭아
명품과자 가게
아이는 비둘기와 강물은 비단잉어와 노는데...
어제는 비가 왔었지! 해오라비는 명상중이다
파란눈의 나그네도 국산 쇠고기꼬치를 주문하고...
오늘 당번인 동네가이드는 한손에 안내지도를 들고...
1년간 시장허가를 내고 갱신하는 듯 한데...
할머니는 옥수수를 고르고-
鍛冶橋는 가지바시라고 읽는 모양인데 ‘갓바치’비슷한 느낌이다. 다리를 건너자 길가의 수도에서 물을 마시는 소녀가 보인다. 미술관도 보이고 신사에 기원을 하는 삶들이 부쩍 늘었다. 가게의 추녀에는 제비가 집을 지어놓고 있었고 축제의 가마를 만들던 琴鼓臺를 지나자 기모노를 입은 부인들이 지나고 陳屋의 아침시장이 이어진다. 역광장으로 돌아와 내일 아침 白川鄕을 지나 金澤으로 돌아갈 버스표를 샀다. 白川鄕에서 金澤으로 가는 버스는 예약을 해야 했다. 아니면 한 시간 남짓 서서 가야할지도 모르니까-
아기는 두 손으로 물을 받쳐들고...
축제의 가마를 만들던 금고대를 지나는-
양력815 추석이 가까운 할머니들이-진야의 아침시장쪽으로 걷고 있다.
<계속 다음은 ⑨ 히다의 민속마을과 온천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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