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의 추억 - 논 위의 아파트는 슬프다.
흙집짓기학교 명상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어젯밤에는 그믐달이 실눈을 뜨고 있었고 북두칠성을 베개 삼아 잤다. 군불을 때고 황토방에서 등을 지지고 나니 거짓말처럼 새집증후군으로 고생하던 아토피가 가라앉았다. TV도 라디오도 없는 방에서 창문을 여니 아침 공기가 달았다. 식판을 들고 학생들과 시골밥을 먹었다. 학생들은 모두 나이가 듬직한데 한문 선생님, 퇴직 공무원, 건축업, 교량설계사 등등 다양했다. 나는 하룻밤 청강생으로 전직 사진작였던 노이사의 접대를 따로 받았다.
장독대와 텃밭과 외양간과 안채 - 이 집은 그대로 이 집안의 역사요 이 울타리는 그들의 우주였다.
대를 이어 살아온 이집이 만든 전통은 이제 어디로 가는가?
산보를 하면서 눈에 뜨이는 것이 원조 황토방! 담배창고를 곁에 둔 농가였다. 이집은 향수를 자아내게 한다. 5살 때 1년간 농가에서 지냈는데 기억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20년이나 벌써 되었는데 어머니의 간청으로 천안에 농가를 구입했다. 집 - 그 이야기는 아무래도 긴 글을 써야할 것 같다. 그 집에도 담배창고가 있었다. 담배창고는 반듯했다. 주인이 떠났음에도...집은 허술해 보이지만 탑의 기단처럼 석축을 쌓은 뒤 올려 지은 것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기둥은 약하지만 벽을 흙으로 발랐다는 것이 금방 눈에 들어온다. 저 흙벽은 주인의 체온과 불기와 세월을 함께 했다.
초가삼간 - 방 한 칸, 부엌 한 칸, 대청 한 칸인데 이집은 건넌방이 한 칸 더 있다. 아들내외가 살았을까? 이 집은 화전민 마을 같은데 언제 지어졌을까? 근대화의 연대기를 읽는 것 같다. 지붕은 슬레이트가 덮여있는데 원래는 초지붕이었겠지? 안방에는 알미늄샷시를 덧대고 부엌엔 스테인레스 도어핸들이 붙어있다. 전기는 언제 들어왔을까? 추녀의 계량기가 보인다.
부엌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옛날- 문에는 도어핸들, 벽에는 배전판 그리고 슬레이트 지붕과 알미늄 샷시는
이집의 연대기요 근대화의 기록이다.
무엇보다 정겨운 것은 장독대-그리고 우물과 텃밭에는 아직도 파란 파가 자라고 있다. 헛간의 맨 왼쪽은 틀림없이 소가 매어있었을 것이다. 여물통은 그대로 있다.
아직도 온기가 있는데 주인은 어디로 갔을까? 출타중일까? 아니면 여행을 떠났을까? 아주 도시로 간 것일까?
이 집을 누군가 지켜주었으면...지난번 죽령을 넘을 때 충주에서 이런 담배창고를 보았다. 이제 점점 사라져 간다. 우리집 담배창고를 왜 허물었을까? 월악산에서도 이런 집을 보았었다. 박물관이나 민속촌의 빈 집은 싫다. 여기 사람이 살던 그대로의 이 집이 좋다.
이 집이 역사다. 이 자리에 이 삶이 아파트의 삶보다는 행복하다는 이니스프리의 섬을 기억하자! 이런 집의 냄새를 흠뻑 마시고 싶다. 새벽 공기와 함께... <*>
이 담배창고는 정말 잘 지어졌다. 이 농가가 왜 보존되어야하는지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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