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음

복사꽃 피니 꽃구름 같아라!

양효성 2010. 4. 15. 07:09

 

 

    복사꽃 피니 꽃구름 같아라!

 

 

 

복사꽃 피니 꽃구름 같아라!

 

한낮에 벌 나비

한밤의 보름달

 

복사꽃 날리니 무지개 같아라!

벌 나비 나르는 듯하여라!

 

복사꽃 지니 온 땅에

별자리 그린 듯하여라!

 

햇살도 밟을 수 없어

건너뛰며 가노라!

 

아지랑이 어지러워

아롱아롱 가노라!

 

 

  2008년 春節 - 그러니까 심양에서 맞는 중국 설날은 매우 추웠다. 해가 뜨지 않는 날은 정말 추웠다. 바람이 불면 더 추웠다. 눈이 내리면 어두웠지만 포근했다. 신문에는 한국 總統[기억이 흐릿하다-아마 大統領이었겠지!]이 克己의 입지전적 인물이라는 점을 稱頌하며 월남인가 중국인가 어느 소녀와의 우정을 소개하며 그의 인정미를 감동적으로 알리는 글도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北市場 어두운 골목에서 헌책을 흥정하는데 시커먼 점원이 ‘총리먼-총리먼’하면서 아는 체를 했다. ‘무슨 한국 총리일행이 다녀갔나!’했더니, 남대문에 화재가 있었다. ‘崇禮門’의 중국발음이 이와 비슷했다. 돌아와 보니 촛불 시위가 있었고 중국에나 있었던 조류독감 비슷한 신종플루가 있었고, 쌍룡자동차가 있었고 금강산에서 새벽 산책을 하던 중년부인이 비명에 세상을 버렸다. 그리고 좀 살만 하니까 사대강과 세종시 문제풀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이 전직 대통령이 비명에 가고 그 앞의 대통령도 타계하며 ‘잃어버린 10년’이 청산되는가 싶더니 총리까지 불러들여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신문을 안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독자들은 이런 灰色의 OX 단답형 놀이를 즐겨하지 않는 것 같았다. 돈이 없는 사람은 멀리 갈 수 도 없었다. 그리고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천안함이 침몰한 것이다. 그 보도로 바다에는 물결이 거세고 바람이 불고 날씨가 안 좋다는 것을 여기서도 실감한다. 아무래도 봄은 생략하고 여름이 바로 올지도 모른다. 어제는 날이 어둡고 매우 추웠다. 반세기만에 한강에 살얼음이 얼었다고 한다. 그 회색하늘에 복사꽃을 그리며 추위를 달래보았다. 부적대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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