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대학 지연이에게
지질대학교 가로수 길...여름이면 머리를 태우는 태양을 가려주고 푸른 잎을 살랑거려
부채질을 해준다. 매미는 여름노래를 한껏 부르고 손에 - 손에 책을 든 학생들은
식당을 나와 강의실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오늘은 황사가 심하다.
북경의 중국지질대학을 졸업하는 지연이를 생각한다.
벌써 몇 년이 흘렀나? 중국의 대학이 가을에 시작되니...
연천학회를 만들어 첫 번째 농업대학 연수 때 중학생이던 지연이를 북경에 데려 갔고, 그때가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다고 들썩이던 2000년이었으니 벌써 10년이 되었나? 2002년에는 월드컵으로 시청 앞이 온톤 붉은 색 물결이었는데...그 이후는 깜박거릴 뿐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네가 대학에 들어갈 나이가 된 추운 겨울날 너를 북경공항에서 데려다 지질대학의 숙소에 방을 차려주었지. 그 앞 수퍼에 가서 등잔이랑 그릇이랑 필요한 것을 한보따리 샀었지...지독히도 말을 듣지 않더니 1학기만에 어학연수를 마치고 본과에 들어가 2년 - 그 기간을 잘 버텨주었다.
내가 다시 북경에 갔을 때는 잘 하는 중국말로 내 대신 전화도 하고 환전도 하고 길안내도 했었지. 너를 데리고 熱河日記를 따라서 丹東-瀋陽-北鎭廟-興城을 거쳐 북경으로 돌아온 여행은 지금도 선하다. 성루에서 바라보면 수많은 사람의 물결 - 우리는 그렇게 파도처럼 세월에 쓸려 지나간다. 의미를 찾아서 전진하기 바란다. 젊은 날에는 외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너를 응원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루의 피로를 푸는 안락한 기숙사는 새로 지어졌다. 이 많던 자전거는 점점 줄고 이제 북경도
전철과 자동차의 도시가 되었다. 자전거 도시 북경이 그립다.
지질대학 보석감정학과는 중국총리 원자바오 부부가 졸업한 것으로 또 한 번 유명해졌지. ‘전통에서 새로움을 찾는다[傳統創新]’는 표어는 지금도 마음에 있다.
황사와 酷暑, 골수를 찌르는 무표정한 추위 - 입에 맞지 않는 음식과 석회질로 한번 머리를 감으면 그냥 뻣뻣해지는 머리칼...무엇보다도 낯선 언어와의 싸움...어느 정도 이겨내는 것 같구나..
하늘을 찌르는 가로수의 캠퍼스를 거닌지 거의 5년이 되어가는구나. 그 캠퍼스에 감사하여라. 지금은 논문을 쓰느라 정신이 없겠구나! - 지난 5년 한국도 많이 변했다. 그래도 너를 그곳에 보낸 것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황사가 심하다. 건강에 유념하고 할머니와 부모님과 동생을 항상 생각하도록..,그리고 사랑에 존경과 신뢰를 쌓아가도록 해라!
성루에서 바라보면 수많은 사람의 물결 - 우리는 그렇게 파도처럼 세월에 쓸려 지나간다. <랴오똥 여행중 興城[싱청]에서>
병희 선생이 결혼해서 딸 초영이가 많이 컸고...
병선이는 벌써 아이가 있고
청우는 곧 결혼을 하고
윤주는 행시에 합격하고
초등학생이든 상윤이는 대학에 들어갔으니
졸업식에 너를 보기 쉽지 않겠다.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기를...다시 편지를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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